고부갈등으로 힘든 아들입니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입니다. 엄마는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우리 3남매를 멋지게 키워주셨고, 일과 수험생활 뒷바라지를 모두 완벽하게 해낸 엄마 덕분에 우리 모두는 내노라하는 대학에 입학해 남들이 어려워하는 취업도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고 다 해서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엄마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사연이 너무 길어 요약해서 포스팅합니다. 점차 성인이 된 자녀들의 생활에 간섭이 심해지던 어머님은 손주의 육아를 돌봐주다가 자녀 가정의 모든 결정에 참여하려 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자녀, 자녀의 배우자와 갈등을 빚어 지금은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 상태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저와 아내 모두 엄마로부터의 완전한 해방, 정말 편안하고 동등한 관계입니다..저는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할까요? 중요한 것은 제 마음이잖아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제가 욀 수 있는 주문이 있을까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떤 중심을 가지고 있어야할지.

엄마가 저를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보이신 모습이실까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야 제 마음도 편안해질 것 같은데. 저는 엄마가 이해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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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사연 주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와의 관계로 힘들어하거나 상처받는 자녀는 정말 많은데, 그럼에도 사연 주신 분처럼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고, 엄마 편에서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하는 분은 많지 않거든요. 그 노력만큼 갈등의 해결도 어렵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먼저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고 하셨으니 그 이야기부터 드려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기 싫어합니다. 회사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버지도 막상 회사에서 정년퇴직하게 되면 다시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활비를 버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힘들어도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회사는 곧 아버지의 존재 이유이므로,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곧 살아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계획하지 못한 분은 은퇴 후 안타깝게 깊은 무기력의 수렁에 빠지곤 합니다.

 

사연에서 느낀 어머님의 정체성은 ‘가족을 이끌어가는 가장 역할’입니다.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아마 “우리 가족은 내가 없으면 안 돼.”라는 생각이 무척이나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으실 것입니다. 그 생각은, 평생 어머님의 부담스러운 의무였지만, 동시에 어머님의 삶을 지탱하는 정체성이었겠죠.

 

하지만 자녀는 성장하여 독립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상황을 인정조차 하지 못하시는 어머님은 결국 과거에 얽매여 오히려 과거의 기억으로 가족을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면서도 잦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녀의 학업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며 살아온 어머니가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 자녀의 인생에도 관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하기에, 자녀가 성장할수록 둘의 갈등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죠.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사연 주신 분은 자신만의 가족을 독립적으로 이끌어가며 생활하고, 어머님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창조하여 살아가면서 가끔 만나 서로의 영역에 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홀로 건강하게 선 둘이 만나, 가끔 상대의 영역을 공유하며 행복해 하는 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관계이니까요.

 

그러려면 지금은 좀 아프더라도 사연 주신 분은 어머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어머님은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는 노력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연세가 있으시기에 혼자 이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려을 수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가까운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을 찾아 상담하실 수 있게 해주세요. 그 과정에서 어머님 스스로 존재감과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시게 된다면 두 분의 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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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