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제가 어릴 때부터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한 방에서 온 가족이 살았거든요. 요즘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는 친구들도 많아요. 무슨 70년대 드라마 찍냐고. 근데 저희 집은 진짜 그랬거든요. 너무 어릴 때라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막연히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게 아닐까 싶어요. 매일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거든요. 우릴 때리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전 돈이 정말 좋고, 정말 많았으면 좋겠는데. 사실 저도 돈을 별로 많이 벌지 못해요. 직업이 헤어 디자이너라서 유니폼도 입고, 겉보기엔 단장도 잘하고 있지만, 돈이 아까워서 잘 먹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남자도 돈을 기준으로 선택하는데, 솔직히 누굴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이 있나 싶은 자괴감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만 아니면..
인연처럼 만났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후 저는 어떤 연애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찬사와 대접을 받았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유부남입니다. 서로의 몸만 탐한 게 아니라, 대화를 할 수록, 정말 이런 사람을 왜 이제야 만났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나, 취향 등, 많은 것들이 잘 통하고, 특히 대화가 잘 통하면서, 호감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유부남이기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항상 되뇌지만, 너무 잘해주는 그의 모습에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내가 먼저 매달리게 될까 봐 조심 또 조심하면서도 바라고 또 바라고. 때로는 나와의 만남이나, 아니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이 사람에게는 이미 부담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와의 연락에서 반응이 별로이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도 들지만, 근데, 또..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아내와 1년 넘게 참고 살면서, 정말 할 짓 못할 짓 다 한 거 같습니다. 자해도 해봤고, 자살 시도도 해봤고, 그 남자 집을 찾아가 깽판도 쳐봤습니다. 집안 살림을 다 박살내기도 했고, 차마 때릴 수는 없었지만, 평생 할 욕을 다 퍼붓기도 했죠. 이젠 지쳤는지 그 일로 어디가서 이야기하는 것도 싫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게 여자가 생겨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복수한다는 마음에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릅니다. 니가 나한테 한 만큼 있는 그대로 되돌려주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다 후련했습니다. 더 웃긴 건, 그 여자와 만나면서 아내와의 관계는 다시 좋아졌다는 겁니다. 물론 아내는 모릅니다. 근데 이게 혼란스러운 게, 제가 이 여자를 정말로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