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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은 요즘 사람으로는 드물게 혼전순결주의자입니다. 고리타분한 생각이라고 뭐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 역시 남자건 여자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지금까지 지켜왔고, 여친도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삽입을 빼고 나머지에 더 집중하는 면이 있어서 여친 몸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젠 여친 가슴을 애무하다가 문득 유두 주변에 털이 난 걸 보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도 있었는데 뽑았던 건지, 아니면 이번에만 털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놀랐어요.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자세히보니까 여친의 가슴에도 (가슴에 털 난 남자처럼 수북한 건 아니지만) 솜털 같은 게 있고, 종아리에도 털이 길더라구요. 아마 매번 제모를 하다가 그날은 전체적으로 놓친 게 아닌지. ㅠㅠ
문제는 그 뒤로 여친과의 애무가 꺼려진다는 것입니다. 여친 몸을 만지면서도 괜히 털을 신경쓰게 되고, 몸에 뽀뽀하다가 다시 보게라도 된다면 여친을 향한 성욕이 아주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심지어 아주 잠깐이지만 여친이 트랜스젠더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저 이제 어떡하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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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 testosterone)’이라고 불리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 이 호르몬이 남보다 풍부하면 머리카락을 제외한 모든 몸의 털이 남보다 많습니다. 남성에게 많이 분비되기에 남성 호르몬이라고 불리지만, 여성분 중에도 이 호르몬이 남보다 많이 분비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은 역시 체모가 남보다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온전히 유전자의 영향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이 호르몬 분비가 타 인종보다 많은 백인 남성의 몸이나 가슴에 털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굳이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더라도 인간의 몸에는 누구나 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털은 모두 나름의 기능이 있죠. 그렇게 자연스러운 몸의 일부인 털 중 특정 털에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건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남성분 중에 여성의 가슴이나 겨드랑이털에 반감 가진 분이 많은데, 생각해보시면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음부의 털에는 크게 반감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즉, 여성의 몸 중 특정 부위에 있는 털에 대한 반감은, 미디어 등에 노출된 털이 없는 모습만을 접해온 경험이 만든 편견입니다.
행복한 연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상대를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보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은, 이슬만 먹고 나와는 전혀 다른 몸 구조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나처럼 먹고 싸고 때론 냄새도 나며 몸에 털도 있는 같은 종족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그때부터는 연인의 몸과의 연애를 넘어 연인의 존재 그 자체와 연애를 할 수 있게 되니까요. 성욕 역시 몸으로만 느끼는 것보다는 그 대상 자체에 느끼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모습입니다. 털은 죄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문제는, 그 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내 시선에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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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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