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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이혼 직전입니다.

상담사 치아 2023. 6. 23. 12:09

 
 
결혼하기 전에는, 고부갈등이라는 단어가 제 이야기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꽉 막힌 분들이 아니고, 제 아내도 현명한 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생기네요.
 
아내는 현재 무조건 이혼을 원합니다. 다른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요 저는 고쳐보겠다고 하고 아내를 설득 중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네요 ㅠㅠ 절 어떻게 하면 고칠수 있을까요? 아님 이혼이 답일까요?
 
괜히 처를 힘들게 하는것같아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하고 말하다가 뭔가 처의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말을 하면 또 소리지르고 싸우고 하여튼 미안한데 처는 저의 미안함에대한 진심이 안느껴진데요 ㅠㅠ
 
도와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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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은 정말 많은 부부가 힘들어하는 갈등의 소재입니다. 이 갈등이 얼마나 보편적인 현상이면, 결혼한 남자를 ‘남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남의 편’이기 때문이라고들 할까요. ㅠㅠ
 
여성과 남성이 결혼한다는 건,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남성의 가족문화에 여성이 편입된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이때, 남성은 자기 가족이 익숙한 존재일 테지만, 아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모여 있는 낯선 공간으로 들어가는 셈이죠. 결국 아내가 믿을 건 남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에겐 자신의 원가족도 소중한 존재이기에, 아내와 시댁 식구와의 갈등에서 가능하면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태도를 ‘공정하거나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죠. 심지어 (그렇지 않은 남편도 많기에) 일방적으로 시댁 편을 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가지 이유로 그건 절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태도’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수적으로 아내에게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혼자인데, 시댁은 무리일 때가 많죠. 갈등의 대상이 다수일 때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갈등의 대상이 단순히 시댁 식구 중 한 명이어도 이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기 구성원의 편을 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남편이라도 아내 편을 들어야 약간이라도 수적으로 균형이 맞습니다. 남편이라면 아내 편을 드는 게 오히려 공정하고 공평한 태도라는 뜻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결혼했다면 이제 내 가족은 아내와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내 부모, 내 형제자매, 친척 등이 내 가족이었지만, 결혼하고 나면 나로부터 새로운 가족이 시작되므로 아내와 아이들이 내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시댁과의 갈등에서 중립을 택하신다면 그건 ‘가족을 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절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결혼 후 아내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아내를 ‘내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 시부모의 며느리’라는 직책에서 탈출시켜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돌려놓으셔야 합니다. 철저하게 결혼과 사랑을 분리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아내가 고통받는 모든 ‘문제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내)과 함께 싸워 물리쳐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바로 내 곁에서 나와 함께, 나를 괴롭히는 적을 함께 상대해줄 사람, 세상 모든 것이 나에게 등을 돌려도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남자, 아내분은 남편분으로부터 바로 그 모습을 바라고 있기에, 남편분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고 말만 번드르르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말 내 편이라면 ‘논리적이지 않고’ ‘터무니없어도’ 무조건 내 편만을 들어줄 테니까요.
 
생각해보시면 연애 시절, 정말 상대를 사랑했을 때, ‘나’는 없었습니다. 내 몸이 힘들어도 상대가 편하면 행복했고, 내 사정이 여의찮아도 상대가 행복하면 기꺼이 모든 것을 줄 수 있었죠.
 
결혼 생활 중 두 분에게 갈등이 오고 말았을 때, 그렇게 어느 한 분이 먼저 ‘나’를 버리고 온전히 상대만을 생각하며, 적과 맞서 싸우자고 연대의 손을 내밀면, 비로소 남편과 아내는 화해하고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오로지 배우자의 행복만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게 아내가 원하는 “뭐가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하라”의 정체입니다. 산소가 부족해 숨을 쉴 수 없는 아내분에게는 지금, 단순히 산소통을 공급해주겠다는 ‘의지나 약속’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산소통을 들고 좀비를 뚫고 달려가 아내의 입에 산소 마스크를 덮어주는 남편분의 ‘행동’이 간절히 필요한 것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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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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