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신혼부부입니다.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요즘 고민은 남편의 게으름입니다.
남편은 지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직장이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주고는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분초를 아껴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게임하고, 친구 만나고, 예능 보고 할 거 다 하면서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건지. 물론 남편도 저도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기에 남편의 능력까지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노력하는 사람은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또 남편은 이런 잔소리가 듣기 싫은 건지,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툭탁거리다가 얼마전에는 정말 대판했습니다. 이혼 이야기까지 나왔으니까요. 조금 게으른 거 빼고는 모든 게 저와 잘 맞고 좋은 남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저도 제 부모님의 잔소리를 극도로 싫어해서 남편의 심정 역시 이해가 가긴 해요. 그래서 지금 화난 감정도 있지만 미안한 감정도 커요. 객관적인 시선에서 제가 너무 숨 막힐 정도로 간섭하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화나지 않도록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까요? 잔소리는 아예 하면 안 좋은 걸까요?
--------------
공부 잘하는 분 다수가 지닌 특성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타인의 지적이나 훈수, 관여를 정말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무척 강하고, 혼자서도 잘 해낸 경험이 많기에 타인의 충고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경향을 무조건 나쁘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때론 이런 고집스러움이 성과를 만들기도 하거든요.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계획과 스타일과 흐름이 있습니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은 그게 훨씬 명확하고 강하죠. 그러니 지금 사연 주신 분께서 바라보기에는 남편이 조금 답답하거나 한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만의 계획과 스타일과 흐름이 있고 그대로 진행하는 중일 것입니다. ‘이직의 성공 또는 실패’라는 결과가 그 과정까지 판단하게 해서는 안 되죠. 누구에게나 성공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불합격에도 그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걸 타인의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성인이라면, 적어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판단하고 실행해야 하며, 그 결과도 책임감 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사연 주신 분께서 충고한 대로 남편이 모두 수행했는데도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과연 사연 주신 분께서 남편분의 결과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면, 남편의 인생은 남편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내 의무는, 1) 사랑해주기, 2) 믿어주기, 그리고 3) 항상 응원하기가 전부입니다.
앞으로도 (비록 남편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행동 변화를 만들려는 무모한 시도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내 인생이 있는 것처럼, 타인에게도 반드시 그 만의 인생이 있으며, 그건 온전히 그의 것이니까요.
내가 원하는 모습을, 배우자가 알아서 갖추어주는 건 나를 향한 사랑이지만, 배우자가 그 모습을 지니지 않았다고 해서 갖추길 강요하는 건 일종의 폭력입니다. 성실한 사람이 이상형인 분이 다소 성실하지 않은 배우자를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입니다. 그와 헤어지고 성실한 사람을 만나거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어도 그를 사랑하거나. 그게 두 분 모두의 행복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선택입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을 일부 창작한 후 익명으로 진행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주시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답장 1회마다 부과되며, 도움받으신 만큼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최소 2만 원 이상) 입금 계좌는 국민은행, 482601-01-031387, 정종구입니다.
상담사 치아 드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