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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분명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주인공 애순과 어머니의 관계, 엄마 애순과 딸 금명의 관계, 아빠 관식과 딸 금명의 관계 등은 시청자의 마음을 깊이 울리며,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잘 다루고 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보니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저에게는 다분히 판타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진짜 현실 속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결코 애틋한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오해와 침묵, 갈등과 상처가 켜켜이 쌓여 서로를 멀어지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랜 시간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죠.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그런 모습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폭싹 속았수다’ 속 어머니의 모습은 전반적으로 늘 자식에게 헌신적이며, 자식도 잠시 어긋나긴 하지만 결국은 뒤늦게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눈물로 화해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지나치게 이상화된 가족 관계를 마치 보편적인 것처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부모를 향한 과도한 미안함을 느끼게 하거나, 부모에게는 영상 속 자식을 부러워하며 본인의 자식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마치 아무리 부모가 준 상처가 커도 그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해해야 하며, 부모가 준 모든 상처는 결국 시간이 충분히 흘러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의 약간 폭력적인 가치관까지 주입할 수 있죠.
물론 우리는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위로를 드라마나 영화 같은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찾기에, 그런 면에서 ‘폭싹 속았수다’가 분명 우리네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힘을 지닌 좋은 작품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도를 넘어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질 때, 현실의 복잡함과 고통은 너무 쉽게 그늘에 가려지고, 상처와 아픔도 외면될 수 있습니다.
“저렇게 이해심 많고 일방적으로 무조건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좋은 어머니인 건가? 그럼 나는 부모의 자격이 없는 걸까?”라는 자책이나 “저렇게 못된 짓을 해도 사랑으로 자식을 무조건 감싸안아 주는 게 부모의 도리구나. 그럼 우리 부모는 쓰레기인 거네.”라는 무조건적인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낳을 수도 있기에, 상담사로서 저는 이렇게 일방적이고 닿을 수 없는 판타지를 추앙하는 드라마가 조금 불편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분명, 우리의 고단한 현실을 보듬어주는 힘을 갖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과도하게 아름답고 매끄러우면, 오히려 현실의 복잡성과 불완전함, 그리고 잔인함을 감추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이상적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체는 SNS로도 충분하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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