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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에도 한번 상담 요청을 드렸었는데, 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래 사귄 연인인데, 잠깐 양다리를 걸쳤다가 들켜서 남친이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남친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수있겠냐는 저의 상담 요청에 할 수 있는한 최대한 잘해주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저도 그 이후에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남친에게 맞추어주며 또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왔습니다. 남친도 분노가 조금씩 사그러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요. 아직도 제가 한 짓을 생각하면 스스로 너무나 비참하고 부끄럽습니다. 남친에게 미안한 맘도 여전하구요. 이번 일로 나는 남친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한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저는 친구 만나는 걸 즐기는 타입인데, 요즘 들어 남친이 화장을 전혀 못하게 합니다. 차라리 미니스커트나 그런 거 못 입게 하는 정도이거나 밤늦게 귀가하지 못하게 전화하거나 감시하는 거라면 저도 납득이 되는데, 화장을 못하다니요. 여자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는 건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라는 것과 같거든요. ㅠㅠ
이런 상황도 무조건적으로 맞춰 줘야 하는건가요? 정말 많이 포기했는데.. 70% 이상 포기하고 맞추고 있는데 나머지 30%도 다 빼앗기는 것 같아서 너무 숨이 막혀요.. 그 외의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다 평화롭고 다 좋아요. 평생 화장 한 번 제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힘들어요. 우울하구요.
근데 그런 부분을 말해보려해도, 혹시 전에 잘못한 일이 꺼내져나올까 말할수도 없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상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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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가 부탁드린 내용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남친에게 맞추어주며 그렇게” 하고 계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조언드린 내용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게 잘못이 있건 없건 간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기에, 나의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춰준다는 것은 절대 말처럼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감사드리고 박수 드립니다.
남친분이 지금 ‘화장’에 대해 집착하시는 것은, 그것(화장)을 남친분의 감정을 표현하는 대리물로 설정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남친분은 지금, 여친에 대한 애정이나 여친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 여친이 다시 한눈을 팔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까지 모두를 직접 표현하진 못하고 (직접 표현하면 사연 주신 분이 싫어할 수도 있고, 속 좁은 남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 ‘화장’이라는 대상에 얹어서 표현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물론 정작 남친분은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죠.
“정말 많이 포기했는데.. 70% 이상 포기하고 맞추고 있는데 나머지 30%도 다 빼앗기는 것 같아서 너무 숨이 막혀요.” 맞습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것처럼 70% 이상 포기하고 계시는 것도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작게나마 ‘변화’도 생기고 있는 것일 테고요. 그러니 기왕 하시는 김에 ‘힘들다.’ 대신 ‘남친을 위해 기꺼이’라고 내 신념을 바꿔서 조금만 더 노력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화장 한 번 제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라고 하셨지만, 절대 이런 분위기가 ‘평생’ 가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남친분의 감정표현욕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대리물에 대한 집착도 점차 약해질 것이니까요.
“나는 남친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힘들 때마다 기억하셔서, 조금만 더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남친분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들으실 때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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