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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을것같은 날로부터 5개월이 지났습니다. 죽을것같은 고통들은 이제 남 얘기인듯.. 그래도 그 고통의 기억들은 고스란히 남네요~
죽을때까지 모를줄 알았던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괴로운 마음.. 행여 살다가 이혼이란 단어를 떠올리게되더라도, 이런일로 인한 불화는 제 생애에 찾아오지 않을거라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것이 화근이었을까요?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치아님 블로그에 저와 똑같은 고통을 겪는 사연을 보고 도움을 주고싶어질만큼 회복이 되고 드라마에 불륜이야기가(사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불륜빼면 이야기가 안되나봐요. 막장드라마도 웰메이드라고 하는 드라마에도 불륜이 단골소재이니) 나와도 마음이 아려 채널을 돌리지 않지요..
남편과의 사이도 너무나 좋아졌어요~ 가족 여행, 나들이, 화목한 밥상, 단둘이 자주 기울이는 술잔.. 더 없이 행복하고 단란한 날들입니다. 이제 내 생애 너말고 다른 여자는 없다. 당신같은 좋은 사람을 두고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모르겠단 반성문같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더 뭘 걱정하겠나싶은데..
그런데.. 노력해야지만 이 모든것들을 유지할수 있을것같은 느낌입니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그게 뭐랄까~ 마지못해 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할것같은 느낌이랄까.. 일부러 더 행복해 보이기 위해 피곤을 무릅쓰고 희생하는 느낌이랄까..
저 또한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칭찬을 하기 위해 마치 아첨하듯 이 얘기 저 얘기를 건네는것같고, 크게 욕구가 없어도 오버해서 잠자리를 은근히 요구하기도 하고, 그럴때면 만족과는 거리가 먼 잠자리를 한 후에도 너무나 좋은듯 연기를 하기도합니다. 가끔은 에로 배우 뺨치는것같아요.. ㅋㅋㅋ 성욕이 남달라진건 확실해요.. 절정에 못 이르더라도 남편과의 잠자리는 늘 좋거든요. 하지만 뭔가 다 부자연스러워요.
“6개월을 원없이 잘해주고 사랑하고 이제 난 여한 없다. 생각해보니 결혼생활 동안 당신의 보살핌을 당연히 여기고 받기만 했으니 끝으로 나도 남김없이 주고싶다.. 6개월 그렇게 보냈으니 이제 여한없다. 그래도 너의 그 배신은 용납이 안된다. 나는 다 했다. 잘 살아라. 굿바이~” 어느 날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 용서한듯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제모습 보던 남편이, 뒷통수제대로 맞은듯 혼란스러워하고 제게 매달리는 모습 보고싶단 생각해봅니다. 상상하면 통쾌하지요~ 하지만, 제 마음이 남편 그늘을 못 벗어나요~ 그래요.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걸 남편의 외도를 겪으며 깨달았어요.. 그래서 6개월이 지나고 난 뒤에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도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저만 사랑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사랑을 받아줬고 결혼해줬고 살아준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갖고 있었던것같은데..제가 진심을 다해 잘해준다 사랑해준다의 시간 이후에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문득, 조금 억울해지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겠는 남편의 마음 생각, 전과 같지 않은 예의바름을 감지하면 한참이나 난감하고 공허하고 우울해집니다.
대차게 이혼선언하고 혼자 살아보고싶은.. 조금이나마 그런 마음이 든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럴용기도 없고, 남편 없이 사는걸 상상할수도 없으면서.. 사랑해서요~
앞으로 이 지난 상처를 더 붙들지 않고, 어떤 피해망상도 없이 넘쳐나는 상상력을 억제하며 쓸데없이 불안해하지 않고 살아갈수 있을지요~ 한가지 목표가 채워지니 길을 잃은 느낌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때처럼 살순 없을것같습니다. 그래서도 안될것같구요~
6개월 하루째부턴 제가 무엇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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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해오신 노력에, 마음 가득 진심으로 박수를 드립니다. 제가 항상 쉽게 말씀드리는 ‘6개월의 노력’은, 그러나, 결코 수행하기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하다 보면 억울하고, 하다 보면 자존심 상하며, 하다 보면 정말 그 6개월이라는 시간의 끝에 무언가 오긴 오는 건가 싶은 불안감에, 잘해오던 행동도 멈칫멈칫하게 되죠. 결과는 제쳐놓고라도, 그런 모든 유혹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 6개월의 끝에 서신 것, 단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축하받으실만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이 실패하시는 ‘6개월’의 과정을, 각고의 노력을 거쳐 그 끝까지 가신 분은, 보통 두 갈래 길로 나뉘어 이후의 길을 가시게 됩니다.
한쪽 길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행복했던 부부로 돌아가시는 것입니다. 내 행동이 남편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내 생각과 행동에 자신감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 이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한 부부가 되어 살아가시는 것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가끔 ‘이 행복이 그저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모래성은 아닐까? 그래서 나의 노력이 끝나는 그 시점에 다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은 들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내가 노력을 일부러 그만두지도 않을뿐더러 사실은 어느새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이미 두 분은, ‘아주 단단한’ 부부가 되신 것입니다.
또 다른 길은, 부부관계가 좋아졌건, 아니면 아무 변화를 만나지 못했건 간에 상관없이, 이제부터는 ‘나’를 찾아가기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사연에서 말씀하신 ‘대차게 이혼하고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드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말 온 정성을 쏟았다는 뿌듯함, 그 이면에 함께 존재하는, 이제 이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후련함과 이 어려운 길을 나 혼자 헤쳐왔다는 대견함이 모여, 나의 시선을 이제는 ‘나’에게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가볍게 이혼을 결정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부부관계를 유지한 채 좀 더 나에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 어떤 방식이건 적어도 ‘나’를 최우선에 둔다는 점에서는, 무척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6개월.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오셨습니다. 하지만, 이 ‘6개월’은 타인이 정해 드린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6개월 이후의 새로운 하루부터는, 내가 정하는 새로운 성격과 규칙으로 만들어가시면 됩니다. “6개월 하루째부터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이제,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하시면 됩니다. 그 6개월의 시간을 수행해 오시면서 사연 주신 분은 이미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으실 만큼 충분히 성숙하고 업그레이드되셨으니까요.
그간의 노력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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