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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결혼한지 오래된 부부입니다. 남편은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전형적인 남자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람이에요. 결혼 초에는 술먹고 귀가시간이 너무 늦어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집에 오는 날도 거의 일정치 않았고 귀가도 늦어 아이는 어리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다 여러 번 남편의 외도나 성매매 흔적을 발견해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물론 끝까지는 절대 아니라고 잡아 떼는 것이 우리 남편의 특징입니다.
절대 제가 상상하는 나쁜짓은 안했다고 믿어달라고 하더구요. 밤마다 울었습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각서와 다짐을 받고 용서했지요. 하지만... 저와의 약속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몇번이나 다녀왔어요.
전 그일을 극복하기 위해 오랫동안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여전히 제게 거짓말을 하고 있고... 저와 숨박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진지하게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어요. 분명 남편이 잘못한게 맞는데... 남편은 믿어주지 못하는 저를 몰아 부치기만 했어요. 그럴때마다 전 믿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그리고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는거라고 믿어주며 그때마다 마지못해 그사람을 믿어주었어요. 하지만 제게도 잘못은 있다고 생각해요. 늘 믿어주지 못하고 불안해했답니다. 의심했고 추궁했고..
저도 남편을 믿고 싶습니다.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벌써 이런일이 반복되니 저도 너무나 지치네요. 그래서 남편과 이혼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처럼 지금의 상황이 절망스럽지 않아요. 예전 같았으면 밥도 잘 못 먹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웠을텐데 말이에요.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울지도 않고 술에 취하지도 않고 외출도 하고... 제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사람과 헤어지는것은 두렵지 않지만.. 죄없는 아이가 걱정이고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을것같아서 이혼이 고민스럽습니다. 하지만 정말 더이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선생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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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모두 읽고 나서 저는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건, 반복되는 상황 속에 익숙해져 버렸건 간에, 아내분의 마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도 잘못은 있다고 생각해요. 늘 믿어주지 못하고 불안해했답니다. 의심했고 추궁했고.” 남편분이 믿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 아내분이 믿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절대, 결코, ‘믿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내분이 자신에게도 믿어주지 못하는 잘못은 있다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을 보니, 마음먹기에 따라 이제는 마음 안에 ‘믿어줄 수도’ 있다는 변화의 가능성이 다소 생기신 것 같습니다. 그 가능성은 그 아래 쓰신 문구에서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울지도 않고 술에 취하지도 않고 제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이 역시 반복 속에서 무뎌져 버린 마음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남편의 행동을 ‘무시함’으로써 내 마음은 다소 편안해지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편에게는 믿음을 주는 것과 같은 효과도 있게 된, 긍정적인 마음의 변화입니다. 적어도 이제 내 마음이 나 자신을 괴롭게 하는 구도에서는 조금이나마 벗어나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굳이 리스크를 안아가며 당장 이혼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혼이야 어차피 언제건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우선은 ‘믿어준다.’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한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로 보나 호기심의 강도로 보나 어차피 남편분의 행동은 점차 잦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더 바람직한 것은, 아내분의 무시가 믿음으로 보여서 그 과정에서 남편분이 ‘역시 나에겐 아내밖에 없다.’라는 깨달음을 스스로 얻게 되시는 것이겠죠.
남편분은 그렇게 스스로 발전하게 두시고 나는 나대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삶의 행복을 별도로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전까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 구조(내 삶의 즐거움)에 굳이 아직도 남편분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물론, 외도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ㅠㅠ)
결혼이, 부모님과 살았던 가족으로부터의 1차 독립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아이와 남편으로부터의 2차 독립을 시작하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벼르시는 ‘이혼’은 그렇게 하신 2차 독립도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판단이 드실 때, 그때 시작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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