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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로그 애독자이고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딸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아이가 요즘 원생활을 힘들어하길래 알아봤더니 착한 아이 증후군이 아닌가 의심되서요.

아이 상황
반에서 센 여자친구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듯 합니다. 우리 애만 제외하고 껴주지 않는 여자아이때문에 잠깐 힘들어 하기도 했고, 몸집이 크고 자기멋대로 하는 힘센 여자친구때문에 같은 모둠 될때마다 힘들어했었고, 시키는대로 해야 친절하게 대해주고 맘에 안들면 째려보는 한 여자친구때문에 힘들어하고있습니다.  최근에 아이가 유치원 가기 싫다는 소리를 간간히 하길래 적극적으로 알아봤더니 우리 아이한테 문제되는 부분들이 좀 있더라구요.

1. 친구의 부당한 언행에 싫은 티를 내거나 부당한 요구에 거절도 못해보고 응합니다.
2. 이런저런 제안을 내고 친구들이 선택할수 있게 놀이를 끌어가던 애가 최근에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듯 보입니다.
3. 선생님이나 어른들한테 똑부러지고 착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생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너무 어른답게 행동하는 모습이여서 오히려 걱정됩니다)
4. 수업집중도가 좋고 몰입도가 좋다고 합니다.(혼나는것이 싫어서 더 노력하는거 아닐가 생각됩니다.)
5. 친구한테 거절도 못해봤으면서 엄마한테는 거절을 해봤는데 통하지 않았던 식으로 말을 합니다.
6. 엄마가 원하는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던거 같습니다.
7. 엄마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할머니가 용돈을 주셔도 엄눈치보고, 과자를 줘도 엄마 눈치를 보고, 티비를 봐도 엄마눈치를 보고)

우리 아이의 양육환경을 먼저 말씀드려야 될거 같습니다.

1.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고계십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아이를 오냐오냐 키우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아이는 엄마인 저보다 할머니한테 비밀얘기를 더 많이 합니다.
2. 알러지성 체질때문에 어려서부터 음식제한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과자, 밀가루, 빵 등등 모두 오랜 시간 제한을 받아왔고, 현재 그나마 자유럽게섭취하고있지만 여전히 제 눈치를 봅니다.
3. 그동안 저는 아이한테 단호한 편이였고 아이앞에서 화난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짜증도 부렸봤고 자주 욱~하기도 했었습니다.
4. 기관에 다니기전에는 동네 엄마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말도 빨리 하고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였는데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눈치보기 시작하고 혼내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인 제가 자라온 환경도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1. 외동딸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술 마시고 주정부리고 엄마랑 몸싸움하고 엄마한테 욕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 사이에서 공포를 느끼고 외로웠습니다.아버지는 돈을 벌면 혼자 술마시고 여자를 즐기는데 써버렸지요. 저는 아버지가 결혼전 만났던 여자랑 바람피는것도 봤고, 그 여자랑 식당에서 술마시면서 저를 데려간적도 있었어요.  제가 아는 여자만 3,4명은 됩니다. 주변 사람들 다 그런 얘기를 합니다. **이 아래서 어떻게 저런 딸이 나올수가 있냐고요.
2. 친정엄마는 생활력 강하고 아빠랑 싸워도 외가에 한번도 가지 않을 정도로 혼자서 이겨내는 분입니다. 돈도 아버지보다 훨씬 잘 벌어서 제 교육비는 거의 엄마가 벌어서 감당을 하셨어요.
3. 저는 솔직히 두분 이혼을 바랬지만 지금까지도 두분은 이혼을 안하세요. 그런 아버지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엄마를 보면 화가 나고 평생 엄마속 썩여놓고 뻔뻔하게 엄마한테 큰소리치는거 보면 화가 납니다.
4. 저는 두분 싸우는거 말리다가 한번은 아버지랑 몸싸움도 벌어져서 앞니가 흔들린적도 있고 최근에는 감정이 격해져서  유산한적도 있어요.
5.제 맘속에 엄청난 분노가 쌓여있는듯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한번도 어긋난적 없고 엄마 속 썩여드린적 없고 석사학위까지 받아서 지금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속이 병든 제가 아이를 육아하면서 아이마음에도 병이 든건지 걱정이 됩니다. 신랑은 다정하고 화를 잘 안내는 성격입니다. 아이한테 큰소리로 말한적도 거의 없고 인내심도 있구요. 제가 자라온 환경도 잘 알고 다독여주는 편입니다.

제가 우리 아이를 위하여 확실한 솔루션을 받을 방법이 있을가요? 애 데리고 상담센터라도 갈가요? 저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그걸 해결할때까지 꽤 고민을 하는 성향입니다. 앞으로 어딜 가든 우리 아이는 센 아이들때문에 힘들어할게 보이니 도와주고싶습니다. 엄마인 저때문인거 같아서 제 문제를 해결해야 될거 같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우리 딸아이도 조금은 아는듯합니다.

성상담 전문가이신걸 잘 알면서도,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복잡한 제 머릿속이 정리가 될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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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를 경험하고 계신 것 같아 사연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아이 문제가 아니라 차라리 온전히 내 문제라면 지지고 볶고 얼마든지 싸워줄 텐데 말입니다. ㅠㅠ

우선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아동상담’ 전문은 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아주 전문적인 조언을 드리거나 리딩을 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지속된다면 반드시 아동교육 전문 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기에 사연 주신 분은 무척 ‘현명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문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며 무엇보다 그 문제의 원인까지도 나와 연계하여 꽤 정확하게 분석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아이의 행동에 엄마의 히스토리가 어떤 방식으로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사연 주신 분은 힘든 집안환경을 견디면서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무척이나 엄격하게 대하는 성격을 구축하신 듯 보입니다. 똑똑하고 현명한 분이셨기에 그런 열악한(?) 집안환경이 자신에게 나쁜 영향 주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셨을 겁니다. 종종 이혼가정의 아이가 더 공부 잘하고 바르게 크는 사례를 보게 되는 이유와 유사합니다. 환경 때문에 저렇게 됐을 거라는 타인의 수군거림을 견딜 수 없는 강한 자존심을 지닌 분이기에 스스로 자신에게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셔서 아무 문제가 없지만, 사실 상담현장에는 이런 본인의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버티면서 살아왔지만 실상은 한 번도 자신의 분노를 제대로 터뜨리거나 그렇게 살아온 자신을 안쓰러워하며 제대로 목 놓아 울어 본 기억조차 없으니까요. 그 모든 아픔이 내 가슴 안에서 쌓이고 또 쌓이면서 썩을 대로 썩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를 지닌 분들은 대개 그렇게 구축된 엄격한 잣대를 타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게 됩니다. 내가 살아온 삶이 대견할수록 타인의 엉성한 삶의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며 그 대상이 남편이나 자녀처럼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면 나도 모르게 내가 살아온 방식과 기준을 그들에게도 요구하게 됩니다.

집에서 무조건 투정을 받아준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무조건 실현하려고 합니다. 아이 잘못이 아닙니다. 언제나 그게 먹혔으니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반대로 집에서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 자라온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포기해서라도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한다고 배웠고 그래야 칭찬받았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른스러운’ 아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 중 일부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연 주신 분은, “나 때문이구나.” 자책하며, 지금부터 당장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부터 바꾸려고 노력하실 것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더 허용하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며, 아이의 의견이나 주장을 좀 더 자주 귀 기울여 들어주려고 노력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필요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와 동시에 그 작업을 ‘나’에게도 해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노력하면 잠시 달라질 수 있지만, 내 안 깊은 곳의 본질이 변화하지 않는 한, 예전의 모습은 언제든지 다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육아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하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선 절대 ‘자책’하시면 안 됩니다. 난 지금까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왔으니까요. 내가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저 내가 조금 덜 행복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행복해지면 그만입니다. 아이에게 넉넉해지신 만큼 본인에게도 넉넉해지시고, 아이의 모습을 인정해주시는 만큼 지금 내 부족한 모습에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때로는 넘어져도 아무 상관없으며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세상 눈치 보지 말고 이제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아이에게 그러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먼저 그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셔야 합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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