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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인입니다. 그래서 평생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오빠를 만났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게 혹시 ‘연민’이라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첫경험을 오빠와 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장애때문에 여자로서의 기쁨을 모른채 생을 끝맺음 할 줄 알았는데... 오빠를 통해 알게 되어 제 나름의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오빠는 제게 소홀해졌고, 그러다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제 주변사람들은 오빠를 쓰레기라고 했습니다. 결국 쉬운 여자와의 섹스가 목적이었을 거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선생님 보시기에 제가 너무 한심하시겠지만... 저는 첫사랑이라 믿었고 그렇게 남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저는 단지 농락당한 것인가요.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진심이었을 거라고. 하지만 진심이었을 것이다 믿고 돌아서도 정말 제가 농락당한 것이었을까 두렵습니다.


유일한 관계, 유일한 남자였고. 손을 잡고 산책하거나 업혀보는 등의 소소한 행복을 모두 제게 준 사람이었기에 저를 단순한 욕정의 도구로 삼았다 생각하고 침을 홱 뱉어버릴수 없는 심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지난 관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제 인생의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 철없고 불쾌한 사연이라 생각되실지라도 선생님의 여러 말씀 듣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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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연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답변부터 드려보고 싶습니다. 사연 주신 분은 메일에서 “선생님 보시기에 제가 너무 한심하시겠지만.” 또, “참 철없고 불쾌한 사연이라 생각되실지라도.”라고 하셨지만 제겐 결코 ‘한심한’ 사연으로 보이지도, ‘철없고 불쾌한’ 사연으로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도 따뜻하고 소중한 ‘사랑’에 관한 사연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사연 주신 분은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그건 사연 주신 분의 ‘자존감’이 다소 약하기 때문입니다.


‘백설공주’ 동화에 등장하는 ‘마녀’ 캐릭터를 저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제가 보기엔 그다지 예쁘게 생기지 않았음에도 ^^) 매일 아침 거울을 바라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라고 물어볼 수 있는 놀랍도록 훌륭한 ‘자존감’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공주병은 자존감의 시작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다소 세상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세상이 나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세상 모두 그런 나의 생각에 부정적이더라도 ‘나’는 무조건 ‘나’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나도 인정하지 않는 존재를 세상은 결코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얼마나 왕자병이 심한지 모릅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빠와의 첫 경험은 고민 끝에 ‘내’가 결정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그 경험이 ‘첫사랑’인지, 영원히 첫사랑으로 내 가슴에 남을지는 결국 모두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분의 사랑이 진심이었을 가능성만큼, 사연 주신 분이 농락당했을 가능성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랑을 어떻게 경험했고 이후 어떤 사랑으로 규정하느냐 입니다. 나에게 그 경험이 첫사랑이고 아름답고 소중했다면 그게 그 사랑의 본질일 뿐입니다. 그 외의 다른 조건들은 모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연 주신 분이 지금 당장 뇌에서 깔끔하게 지우셔야 하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타인에게는 없는 장애가 있다는 인식입니다. 사랑을 할 수 없는 장애가 내게 있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를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공주병은 갖지 못할지언정 말입니다. 제 말이 과장이나 위로일 뿐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이 성격이건, 외모건, 재산이건, 학벌이건, 지식이건, 말주변이건 모두 말입니다. 물론 누군 많고 누군 조금 더 적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뿐입니다. 없는 사람은 단연코 없으니까요. 그러니 지금 내가 가진 ‘부족한 부분’은 결코 사랑을 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세상사람 모두 나름의 부족한 부분을 지니고 살아감에도 나름대로 아름답게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와 사랑하고 헤어졌다면, 내가 가진 장애가 원인이 아니라 그저, 세상 모든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듯이 그렇게 ‘사랑의 사이클’을 경험한 것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입니다. 누구나 사랑하고, 시간이 지나 사랑이 식으면서 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니까요.


결론이 좀 뜬금없지만, 전 사연 주신 분이 저처럼 ‘공주병 환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꼭 깨닫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알아봐주지 않아서 그렇지 내 안에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수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세상의 단 한 사람, ‘나’는 이 장점들을 알아봐줘야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닐까요? ^^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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