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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도 이렇게 상담글을 보내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두렵지만 용기내어 도움을 요청합니다

 

저를 쏙 빼닮은 제 아들녀석은 너무나 예민한 감성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고 헤아리며 키워왔습니다 그 덕에 그 예민함은 많이 무뎌졌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하였습니다.

 

제 어릴 적 기억은 폭력적인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어머니는 한번 때리기 시작을 하면 이성을 잃고 무차별적으로 때렸고 그 덕에 멍이 가실날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늘 엄마의 정서는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런 환경속에 저는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집에서 도망치듯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였고 다행이 좋은 남편을 만나 저를 똑 닮은 아들을 낳았고 그 아이가 꼭 제 자신인거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아이가 불쌍하고 안되보였습니다. 제가 어린시절 받고 싶었던 사랑과 관심 모든것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고 항상 좋은 엄마가 되려 노력하였습니다 아이는 구김살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크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자폐 성향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극복하려고 안해본 노력이 없습니다 저의 소중한 아이는 학습부진을 겪으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고학년임에도 구구단은 이제야 정확하게 외웁니다. 참고로 저희 아이 성향에 대해 말씀을 드린다면 운동을 좋아하고 웃음도 많고 상냥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저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 아이를 저는 비난합니다 그리고 실망합니다 너는 정말 안되는 아이라며 아이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며 비난하고 후회하고 눈물짓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 그게 저의 일상입니다

 

선생님 어제는 남편이 아이를 때렸습니다 남편이 아들녀석을 때릴때 저는 가슴이 찢겨 나가는듯 하였지만 여기서 관여를 한다면 저 아이는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아이가 될거 같아 꾹 참았습니다...그런데 선생님 여기서 아이의 행동이 참 이상합니다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맞은 날은 외식도 하고 축구도 하고 놀다 들어오려고 한 날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기분으로는 어디 못갈거 같아 집에서 조용히 있기로 생각하고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었습니다 어느정도 진정을 하더니 엄마 밥 언제 먹으로 걸거에요?? 그래서 일정대로 나가서 밥먹고 축구도 하고 놀다 들어왔습니다 방금 엄청 맞았는데 아이는 10분쯤 울고 마치 아무일 없는것 처럼 종알종알 이야기도 잘하고 아빠가 미울법도 한데 오히려 더 찰싹 붙어 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는 엄마 이런게 행복이죠?? 우리 가족이 같이 밥먹을때가 제일 행복해요 두번째로 행복한건 여행갈때가 행복해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선생님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게 맞는 걸까요?? 너무 충격을 받아 반대로 이야기 하는 걸까요?? 오히려 오늘 저희 가족이 뭔가 끈끈해진 느낌이 들정도였습니다

 

선생님....제 심장과도 같은 이 아이를 이제 어찌 키워야 하는걸까요?? 제 감정이 컨트롤이 안됩니다 저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저쳤습니다 어찌하면 이 아이를 이성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둘다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걸까요??

 

저는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 또한 저의 욕심이라는 것도 압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그냥 무능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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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에게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그동안 아이를 위해 해 오신 인내와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는 것입니다. 자폐성향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보통의 인내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아이가 경험하는 상황을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지 않기에, 나도 모르게 아이를 혼내거나 윽박지르게 되는데, 사연 주신 분은 개인적인 유년 시절의 나쁜 기억을 지니고 있음에도, 건강하게 지금까지 아이를 잘 돌봐주셨습니다. 이건 정말 사연 주신 분의 ‘강한 의지’가 가진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아이에게는 커다란 축복입니다.

 

아빠에게 혼난 후 아이가 보여준 태도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른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초등 아이에게는 종종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일종의 자기보호 본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상습적인 학대를 하는 부모로부터 경찰이 아이를 떼어내려고 하면 종종 아이들은 부모를 변호하며 오히려 부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이는 이성적인 판단이 더 강한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본능적인 판단이 더 강한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당연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이 남편분의 행동을 ‘학대’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아이의 반응을 ‘생존’이라 생각하시면서 더 불쌍하게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눈앞으로 물건이 날아오면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리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향해 보여주고 계신 사연 주신 분의 모습은 무척이나 건강하고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그건 아이를 위한 최선의 모습입니다.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고 웃음도 많고 상냥합니다.”라는 성향을 지니게 된 것에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보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연 주신 분은 결코 ‘무능한’ 엄마도 아니며, ‘욕심이 많은’ 엄마도 아닙니다. 심지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엄마는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 그대로 너무도 잘하고 계시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것은 사연 주신 분이 ‘지친다.’라고 하신 부분입니다. 이건 내가 너무 아이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은 ‘아이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입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인생의 전부였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시선을 ‘나’에게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상시 이탈되는 비행기 좌석 상단의 산소마스크는 반드시 보호자가 먼저 착용한 후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지치지 않아야, 내가 행복해야 그 에너지를 아이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내가 지치지 않도록 아이만큼이나 ‘나’도 보살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도 해주고, 나를 위해 준비하는 것에도 절대 인색하지 않게 말입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ㅠㅠ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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