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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남친이 밉습니다.

상담사 치아 2019. 7. 11. 22:34

 

지금도 헤어진 일은 백 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가끔 이해 안 가는 질문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픕니다. 그 질문을 이어 해보려는데, 어리석게 보일지라도 양해해 주세요.

 

1. 이전 여자친구를 정말 오래 사귀고, 헤어진 뒤에도 몇 년동안 잊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러다 절 만났는데, 그렇기에 너무 소중하다고 해서 초반에 펼친 감동적인 애정 공세가 장난이 아니었죠.. 저도 자연스레 마음을 열었던 포인트였고요. 그런데 저와 헤어지고 나선 구구절절 긴 장문의 문자와 카톡을 보낸 뒤 끝입니다. 끝난 거라고 이성적으로 생각은 하는데, 난 이 정도 뿐이였던건가 싶어 억울한 부분도 있어요. 그 전 사랑의 경중이 달랐던 걸까요?

 

2. 이런 맥락에서 제일 갈등했던 부분은 나도 상처라도 줄걸, 매서운 말 한 마디 안 하고 그저 이 관계에서 그 어떤 타격감도 주지 못한 채 그의 눈앞에서 제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친구들은 그게 진짜 무서운 거라고 해서 코칭(?)을 받고 그렇게 했는데... 가끔 끝까지 너무 쉽게 끝내줬나 그의 기만에 상처라도 줄걸 그랬나 싶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하면 좀 그럴까요?

 

3. 그 사람은 언제건 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군대도 면제라서 잊을만하면 마주칠텐데.... 어떻게, 혹은 언제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실 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그 사람의 소식을 반강제로 알아버리게 되거나 우연히 멀리서라도 마주치게 되는 상황이.

 

어제 답메일을 받고, 스스로에게 애틋해져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치아님 블로그의 저와 비슷한 글들을 보며 나의 아픔이 사실은 또 그렇게 큰 종류는 아닌가 하며 얕은 위로를 받고... 참 인생이란 게 이런건가 하며 시간이 가네요.

 

대부분 잘 지내는 일상이지만 가끔의 씁쓸함과 공허함... 은 날카롭게 파고드는.

 

날씨가 더워지는데 힘내시고, 따뜻하고 지혜로운 말들로 더 많은 분들에게 좋은 힘이 되는 날이 되시길.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

 

질문에 번호를 달아주셨으니 저도 번호를 달아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1.

그분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으시나요? 남자들에게는 일정 정도의 과장이 있다는 걸 아마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순수성’과 ‘일편단심성’을 과시할 수 있는 전 여친에 관한 기억입니다. 정말 있는 그대로만 연출되었을까요? 믿으셔도 좋습니다. 지나간 기억들은 모두 일정 정도 ‘미화’되기 마련입니다. 그가 일부러 그렇게 미화해서 말했건 아니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건 간에 말입니다.

 

사랑의 경중이 아니라 미화와 과장일 뿐입니다. 몇 년 지나면 사연 주신 분과의 이야기도 미화되고 과장되어 다른 어떤 여자분의 마음을 열게 할지도 모르겠네요. 안타까운 악순환입니다.

 

2.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때 그러셨다면 ‘그럴만한 행동’이셨겠지만 지금 그러시면 ‘꼬장이나 객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중요한 건 상처는 내가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받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연 주신 분이 아무리 상처받으라고 공격을 해도 그가 상처받지 않으면, 나만 힘든 헛된 행동을 한 셈이며 사실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분의 감정이 이제 아주 무뎌졌거든요.

 

3.

그냥 ‘추억’으로 소비하시면 됩니다. 살아가면서 그런 추억 하나 있는 거, 저는 꽤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장소에 방문했다가 문득 울컥하는 감정을 경험하거나, 쇼윈도에 전시된 어떤 옷이나 장신구를 넋 놓고 한참이고 바라보게 되는 경험. 모두 그것들 하나하나에 엉켜있는 추억을 소비하는 것인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이 감정,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 하나하나에 내 추억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사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대부분 잘 지내는 일상이지만 가끔의 씁쓸함과 공허함... 은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게 나쁘고 불쾌하기만 한 경험이던가요? 인간은 어쩌면 밥보다 추억을 더 많이 먹고 사는 존재일 지도 모릅니다. 그냥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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