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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에서 버티기가 힘듭니다.

상담사 치아 2019. 7. 17. 15:05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전에도 상담 메일 드렸고 좋은 회신 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에.. 요새 고민을 한 번 이 늦은 밤 털어놔 봅니다.

 

저는 운이 억세게 좋았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저는 사실 공부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합니다. 흔히 말하는 수시 준비도 제대로 못했죠. 물론 반에서 상위권이었지만 자사고처럼 잘 나가는 학교가 아니었기에 대학이나 갈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면서 정말 제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미친 것처럼 공부했고 하느님 보시기에 그 노력이 가상하기라도 하셨는지, 정말 제 실력에는 가당치도 않은 수능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냥 공부한 거에서 다 출제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전 소위 SKY라는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된 지금... 저는 이 대학을 관둬야 하나 생각하게 됩니다.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한다 생각할 수 있어요. 정말 좋은 대학이기 때문에요.. 들어오기 힘든 곳이거든요. 남들은 몇 년씩 재수해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더군요.

 

근데 저는 너무 힘듭니다. 일단 너무 운이 좋아 붙었고 실력이 너무너무 모자랐는데.. 저보다 훨씬 잘하는 애들 다 떨어지고 제가 붙었는데.. 와보니 정말 대부분 영재급 애들이 바글바글하고 정말 저는 바닥 중의 바닥이고 제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과는 매 시간 평가를 받는 식의 수업들이라 수업 들어가기가 너무 두려워요. 다른 친구들은 평생 그렇게 공부해 온 데다가 워낙 머리들이 좋은데 저는... 아예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걸 매 시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공부에 의욕이 없어지고.. 그냥 다 하기 싫어요. 내가 못하니까 매일 매일 너무 좌절이 크고.. 그래서 그 좌절감에 또 의욕이 사라지고.. 하기 싫고.. 원래 참 좋아했던 공부인데.. 쳐다보기가 싫어지고, 실력도 더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자신감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할 수 있는 만큼도 안 나오더라구요. 원래 내실력 발휘도 안되는 것 같아요.

 

또 저는 하루하루 극도의 스트레스에 머리도 너무 아프고 아무것도 못하겠고 정말 이 기분으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듭니다... 두려움 불안 창피함 이런 기분을 매일 매일 느끼고 있어요. 그냥 나의 발전만 생각하고 평가에 연연하지 말자 그런 다짐 많이 해봤지만... 매일 매일 평가 받고 비교당하는 일상에서 그게 잘 안되네요....

 

지금 정말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 모르겠어서 이렇게 메일 드려 봅니다.너무 제가 바보같고 제일 멍청한 사람 같고 이런 생각에 하루 하루가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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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5cm인 남자는 평균키가 170cm 이하인 그룹에 가면 “너는 키 커서 좋겠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평균키가 180cm 이상인 그룹에 가면 ‘키 작은 남자’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죠. 그 사람 키의 객관적 수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건, 주위 환경뿐입니다. 그런데 그놈의 ‘주위 환경’ 때문에, 마치 ‘그 사람의 키’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사람의 키가 175cm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는데 말입니다.

 

이 사례를 읽으시면서, 객관적인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가치를 만드는 ‘환경’이라는 것을 인지하셨다면 이제 그 ‘환경’은 얼마든지 나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만 믿으시면 됩니다. 그런 생각이 지금 하시는 고민을 이겨낼 힘을 사연 주신 분에게 줄 것입니다.

 

“비교하지 마라. 나는 나일뿐이다.” 백날 되뇌어봤자 큰 도움이 안 되실 겁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결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거든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말만 되뇐다고 결코 마음에 평화가 오진 않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이잖아요.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그저 진심이 아닌 말뿐이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믿게 하려면? 맞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어떤 집단에서 비교당하며 심적 괴로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사실 가장 좋은 건 그 집단을 나오는 것입니다. 담력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내 마음이 상처받을 수 있는 집단에 나를 두어 나를 시험에 들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용기, 끈기, 참을성 모두 다 쓸데없는 말입니다. 행복한 곳에서 행복한 목표를 다시 세우면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빠져나오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누가 봐도 그 안에서 버티는 것이 답이라면 “그냥 빠져나오라.”라는 말은 의미 없는 조언이죠.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공주병’입니다.

 

공주병에 걸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무엇이건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메일에 적어주신 “나의 발전만 생각하고 평가에 연연하지 말자.”라는 말은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되 그저 외면하자는 뜻입니다. 내가 바라보고 있지만 않을 뿐 그들은 변함없이 나보다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셈이죠. 이건 마음의 평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주병은 다릅니다. 그들이 아무리 그렇게 발악을 해봤자 결국 승자는 내가 된다는 믿음이 바로 공주병입니다. 왜냐하면, 난 공주니까요. 지금 나보다 그들의 쪽지시험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고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결국, 마지막의 승자는 나일 텐데 말입니다. 수업시간에 자꾸 틀리고 혼나는 나를 그들이 불쌍하게 쳐다보나요?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들은 결국 세상에 공주는 나 하나라는 것을 모르는 평범한 백성일 뿐입니다.

 

혹시 “공주가 아닌데 그저 공주라고 되뇌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직 공주병에 걸리려면 멀었습니다. ‘미운 오리새끼’라는 동화 기억하시나요? 사연 주신 분만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사연 주신 분이 진짜 ‘공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175cm에 ‘공주병’이라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면 앞으로는 어떤 외부의 공격에도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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