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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난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난자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난소에서 나와 나팔관을 타고 자궁으로 들어오는 난자가 정자와 만나면 수정란이 되고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면 임신입니다. 이때 수정란을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기 위하여 자궁벽이 두터워지는데 수정이 되지 않으면 이 벽은 무너져, 질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것이 생리이며, 자궁벽을 떼어내기 위해 자궁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생리통이 생기는 것이고, 가끔 생리 중 덩어리 혈이 보이는 것은 이 자궁벽이 뭉쳐서 빠져나온 흔적입니다.

 

 


생리는 ‘생명을 만드는 과정’의 일부이니, 소중하고 성스러운 대접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어야 하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하다못해 부끄럽고 숨겨야 할 일만은 아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생리’가 받는 대접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생리대 광고는 온통 ‘맑고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흡수력이 좋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현실성 없는 파란색 물감을 들이붓습니다.

 

 


생리대만 착용하면 모델의 얼굴이 생기발랄해지고, 고통스러운 생리통 따위는 언급도 없으며, 생리대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번거롭고 괴로운 경험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으니, 남자들은 여성에게 ‘생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홍길동도 아니면서, 생리기간을 ‘그날’이라고 부르고, ‘생리혈’을 ‘양이 많다.’라고만 표현함으로써,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창조적 내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분명히 벗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여자, 남자를 막론하고 우리는, ‘생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하고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니 남자들은 생리대 좌우의 날개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 길이 없고, 여성들은 마치 마약이라도 거래하듯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생리대를 건네며, 남자가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성(性), 또는 섹스(SEX)가, 드러내놓고 이야기되지 않으면, 몰라서 실수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왜곡된 정보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퍼지며, 누구나 하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모두가 그것을 통해 쾌락을 경험할 자격이 있는 ‘당연한’ 것이, 일부 아는 사람만의 행복으로 전락하는 동시에 어두운 곳에서 은밀하게 뒷거래되는 것처럼, 이제 ‘생리’도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꺼내 놓아야 합니다.

 

 


저는, 스웨덴의 생리대 브랜드인 Libresse의 광고에 주목합니다. 이 광고에서는,

 

 


남성이 편의점에서 자연스럽게 생리대를 구매하며,

 

 


성인남녀가 함께 모인 장소에서 멀리 있는 친구에게 떳떳하게 생리대 있느냐고 묻고,

 

 


파란색 물감 대신 실제 생리혈로 흡수력을 실험합니다.

 

 


샤워할 때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혈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자신이 생리휴가 중임을 떳떳하게 공지하며,

 

 


생리통의 아픔까지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또, 초경을 축하하며 즐기는 파티를 보여주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생리대를 전달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손을 빌리며,

 

 


생리대의 사용법까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광고카피처럼, 정말 생리는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도 주저함이 필요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부끄러워하면 상대도 그것을 부끄러운 것으로 인지하지만, 내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대하면 상대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리 또는 월경은, 모든 여성이 경험하는, 생명을 준비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입니다. 이제, 여성도 자신 있게 생리를 이야기하고 남성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물론, 이글이 절대 ‘생리대’라는 용품을 옹호하는 글은 아닙니다. 얼마 전 ‘제2의 가습기 사태’라고까지 불리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생리대가 생리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 등을 봤을 때, 누구도 생리대를, 적어도 여성의 몸에 유익한 생리용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리컵’이 주목받는 것이겠죠. 생리대가 바람직하지 않은 생리용품이라는 것과 생리가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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