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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삽입이 아닙니다.

상담사 치아 2019. 11. 10. 21:37

 

“저희 부부, 섹스한 지 한 달도 넘었습니다. 성욕이 강한 것도 아니고, 오르가슴을 느낀 적도 많지 않아 섹스 자체가 그다지 행복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안 하는 건 부부가 아니잖아요? 소위 섹스리스 부부가 된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삽입 전에 콘돔을 씌우려고 하거나 잠깐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발기가 죽습니다. 다시 발기하려면 시간이 걸리거나 아무리 여친이 도와줘도 반응이 없기도 하죠. 여친이 갑자기 자기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졌냐고 우는데 정말 자존심 상해서 죽고 싶더라구요.”

 

“미안하죠. 남편은 성욕이 크니까 참는 게 괴롭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정말 하기 싫습니다. 술 마시면 덮치듯이 달려들고, 그렇게 젖꼭지 몇 번 빨다가 손으로 아래 만져보고는 밀어 넣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사정하고 엎어져 코 골고 자면 내가 무슨 유흥업소 여자가 된 기분까지 드니까요. 하기 싫어요. 섹스.”

 

“애무 시간이 길어야 좋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애무해야 하는 거죠? 종종 이게 애무인지 노동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행복해지는 것만 중요하고 난 힘들어도 되나요? 그러면서 여자들은 왜 그만큼 남자를 애무해주진 않는 거죠? 가끔은 애무하기 싫어서 섹스를 피하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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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성관계)”를 정의하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질에 음경이 삽입되는 행위’는 반드시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섹스이니까요. 그런데 이 정의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건 ‘삽입’이지 ‘섹스’가 아니라는 거죠. 삽입과 섹스가 같은 뜻으로 정의되면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제는 정말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섹스리스 부부’라는 말 속에는 일정 기간(그것도 꽤 긴 시간 동안) 삽입행위를 하지 않은 부부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부부’의 조건은, 섹스의 횟수 말고도 정말 다양합니다. 부부간 대화의 양과 질, 가사분담, 기를 살려주는 칭찬 한마디, 돈, 여행, 외식 등. 우리는 그 중 유독 섹스 하나만을 콕 집어서 ‘리스’라는 단어를 붙인 후, 마치 섹스하지 않으면 실패한 결혼, 불행한 부부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언론들은, 섹스라 불리는 삽입행위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기획기사로 이야기하고, 부부의 성문제를 상담하는 전문가는,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꼭 섹스리스 부부가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삽입 섹스보다 더 중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 또는 포근하고 다정한 스킨십입니다. 이런 기초적인 진도도 나가지 못하는 부부에게 그저 ‘삽입’하라고 강요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발기 부전이나 조루로 고민하는 남성 고민의 밑바닥에는, 자신의 음경을 여성의 질에 삽입하여 여성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남자는 가치가 없다는 자학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삽입을 통해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여성은 단 7%에 불과하다는 연구자료가 있습니다. 여성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순간은 ‘삽입’이 아니라 ‘백허그’라는 조사도 있네요. 여성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삽입’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라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을 더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행위는 다음 중 어느 것일까요? 따뜻하고 배려 깊은 스킨십 또는 삽입.

 

 

‘섹스=삽입’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불성실하고 배려 없는 남성의 섹스태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많은 남성이 소비하는 야동에서는 그저 ‘삽입’만 해도 여성이 흥분하고 소리 지르죠. 별다른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남성이 그 모습을 ‘정답’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남성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 파트너가 지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더라도, 일단 ‘삽입 후 왕복운동’을 하면 흥분하게 될 거라는 이 터무니없는 편견에, 남성은 ‘섹스도 잘 못하는 남자’로 전락해버리고, 여성은 배우자의 일방적인 태도에 실망하고 상처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단 하나 아닐까요? ‘섹스=삽입’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오르가슴에 오르려면 15분 이상의 애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섹스의 목적이자 궁극적인 도달점이 삽입이라면 이 시간은 그야말로 삽입을 위한 ‘노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접촉하고 만지면서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섹스의 일부라면 그 과정은 이제 ‘노동’에서 ‘경험’의 영역이 됩니다. 조삼모사라고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을 단순히 경험이라고 부른다고 그게 노동에서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겠냐고요? 네. 바뀝니다. 해보시면 압니다. 지금 연인을 침대 위에서 백허그로 안고 10분이고 20분이고 가만히 있어 보세요. 내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말입니다. 가만히 누워 연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주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그저 키스해보세요. 흥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 행동이 아니라 그냥 그 과정 자체가 섹스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저 그 행위만을 즐기다가 삽입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자위해주고 끝날 수도 있죠. 그러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곧 섹스이니 우린 오늘 섹스한 것입니다.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한 것이죠. 그렇게,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굳이 침대 위가 아니더라도 부엌에서, 거실에서, 심지어 베란다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수많은 스킵십이 이제 오늘부터는 모두 ‘섹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섹스의 정의는 바뀌어야 합니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느끼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제일 먼저 ‘삽입과 오르가슴, 그리고 사정’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시면 됩니다. 섹스는 ‘삽입’이 있어야 한다. 섹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오르가슴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정이 꼭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없으면 성공적인 섹스가 아니라는 편견부터 버리고 나면 앞으로는 마음이 무척 가벼워지실 겁니다. 섹스는 단순히 몸만이 아니라 마음과 감정 모두로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면 좋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경험하는 오르가슴도, 얼마든지 내 감성을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셔야 합니다. 섹스는 단순한 삽입이 아니라 ‘교감’이니까요. 따라서 상대의 감정이나 경험에 집중하는 것만큼 ‘나’의 경험과 감정에도 집중하세요. 난 어떨 때 쾌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지 말입니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내 몸이 상대와 함께 존재함으로써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고, 기억했다가 나중에 상대에게도 알려주세요. 상대에게 해주는 또는 내가 받는 마사지, 깊고 진한 키스 또는 그저 맞대고 있는 정도의 가벼운 입맞춤, 뒤에서 또는 앞에서 또는 거꾸로 또는 한쪽 다리만 단단하게 안아보는 포옹, 옷을 모두 벗고, 서로의 몸 접촉 부위를 가장 넓히는 자세를 찾아보는 모든 종류의 살과 살의 접촉, 상대의 심장 소리 듣기, 팔다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교차하여 엮어보기 등 정말 수많은 ‘탐험’의 세계가 여러분 곁에 펼쳐질 것입니다. 그런 사소한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곧 섹스입니다. 매일 뺨에 뽀뽀하는 부부라면 굳이 ‘삽입’하지 않더라도, 이제부터는 매일 섹스하는 부부인 셈입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반복하다 보면 그 과정이 단순한 ‘삽입 섹스’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평생 섹스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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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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