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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취업하기 어렵다는 요즘 이름만 대면 모두 아는 대기업에 입사한 사회초년생입니다. 문제는 제가 이 회사에 들어올 실력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그야말로 운으로 붙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입사 동기를 비롯하여 지금 팀의 팀원 전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입니다. 저는 지잡대일뿐만 아니라 학교 이름을 대면 다들 당황하며 ‘그런 대학이 있었어?’라는 표정을 짓는 대학을 나왔거든요.
물론 전 야망이 있고, 목표도 있고, 적어도 내 인생에 충실하자는 주의라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다양한 실력도 쌓았기에 인정받았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나 자신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1년 넘게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실수만 연발이고 동기들과는 점점 실력 차가 나고 있습니다. 저도 업무능력이 늘기야 늘었겠죠.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이루어내는 것에 비하면 비교가 되질 않는 거죠. 업무가 너무 어렵고 힘이 듭니다. 제 수준에 맞는 곳에 입사했어야 했는데 너무 운이 좋았어요.
요새 너무 지치고 무기력해지고 그러다가도 또 마음이 조급해지고 마음이 조급하니 아무것도 안되고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저에게 머리 좋은 친구들도 어려워하는 일을 주고 하라니 되지가 않는 거죠.
포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요. 부모님 시선도 그렇고,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도 창피하거든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이젠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두통이 너무 심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종일 두근거려서 일상이 힘듭니다.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제대로 못 자는 날들도 있구요. 배부른 고민이다 회사에서 널 받아준 게 어디냐 꼴찌면 어떠냐 일단 다녀라 괜찮다 친구들은 다 그런 식인데 저는 그렇지가 않아요. 늘 자존심 자존감 바닥이 되고 노력해도 업무가 늘지도 않고 뭐가 뭔지 일년이 지난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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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을 읽으면서, 마치 과거 한때의 제 모습 같아서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맞습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더 큰 의무를 지게 되어 많은 이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을 때,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능력과 주위에서 바라보는 내 능력과의 차이가 커서 내게 맡겨지는 모든 일이 부담스러울 때 말입니다. ㅠㅠ
저는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 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상담사입니다.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고 살 자유가 있습니다’라고도 생각하죠. 때론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는 훈계도 듣지만, 적어도 ‘나의 행복’을 위해선 이기적인 게 최선이라는 소신도 지니고 있습니다.
나를 무언가가 옥죄고 짓누른다면, 그래서 그 일로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나에겐 그것을 버릴 자유가 있습니다. 비록 그런 결정이 타인의 실망을 만들고, 이후에 내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버림으로써 내 마음이 행복해진다면 말입니다. 이번 일이 그런 성격이었다면 저는 사연 주신 분에게, “과감히 버리세요.”라고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면 이 일은, 그만둔다고 해서 내가 온전히 행복해지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큽니다. 왜냐하면, 사연 주신 분은 무척이나 ‘계획적인’ 삶을 사는 분이고, 자신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며,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스타일이기에, 만약 이번 일을 포기하면 한동안은, 혹은 꽤 오랫동안, ‘그것도 해내지 못했냐’라는 자괴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학에서 오는 아픔의 크기는 지금 받는 심적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아도 고통받고 포기해도 고통받는다면, 저 같으면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받고 계신 고통의 종류를 가만히 바라보시면 온전히 ‘내가 만든 고통’입니다. 예를 들어, 그 회사에서 사연 주신 분이 누군가에게 주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면 그건 ‘내가 만든 고통’이 아니지만, 지금 받고 계신 고통은, 사연 주신 분이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이라는 뜻입니다. ‘난 이 정도의 능력은 되는 사람이어야 해.’라는 기준 말입니다.
훤칠하고 예쁜 연예인들만 모인 동호회에 들어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비관하는 평범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사실 내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하는 모임입니다. 몰라서 들어갔다고 하면 서둘러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나오고도 같은 고통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면 어떡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주위를 바라보지 않으시면 됩니다.
애초 내가 그 모임에 들어갔을 때 얻으려고 했던 ‘가치’가 있을 테니 난 그것만 얻고 나오면 됩니다. 굳이 주위를 둘러보며 내 미모를 탓할 이유가 없습니다. 얼굴 하나 예쁘다고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수한 존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제 막 악의 소굴로 들어가신 거라면 오히려 당장 나오라고 권해드리겠지만, 벌써 1년 이상 다니셨다고 하시니, 전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 마저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회사에 뼈를 묻으시라는 것도 아닙니다. 경력이 차고 타인이 내 경력을 탐낼 수준이 되는 만 3년, 그 정도만 눈 딱 감고 그냥 달려가시면 됩니다. 앞으로 남은 1년 반 후에는 그 과정을 이겨내신 자신이 엄청나게 자랑스러우실 거니까요. 그렇게 견뎌낸 대가로 반드시 관련하여 좋은 일도 생길 것입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해보시면 압니다. 이젠 대학이 아니라 대기업에 다녔다는 사실 자체가 나의 타이틀이 되어줄 거라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사연 주신 분은 느끼지 못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이미 1년을 훨씬 넘기면서 받은 고통 속에서 내 실력은 꽤 상승했거든요.
그냥 ‘위로나 격려’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한때 저 역시 엄청나게 자책하며 괴로워하던 바로 그 주제거든요. 그렇게 잘났던 사람들 지금 다 어디서 뭐 하나 몰라요. ^^ 그렇게 능력 있어 보이던 그 사람들 지금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지만, 저는 그래도 꿋꿋하게 아직 상담 현장을 지켜내고 있거든요. ^^ 사연 주신 분도 꼭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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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