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의 고민은 사랑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연애도 여러번 해보았고, 지독한 짝사랑도, 사사로운 호감도 가져보고 다른이들에게 애정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사랑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애초 사랑표현에 인색한 사람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민망하고, 사람을 상대로는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다보니 첫 연애를 할 때에 표현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서운함을 느끼고 다툼도 잦아졌었습니다. 연애에 있어서 꼭 사랑한다는 말이, 그런 표현들이 꼭 필요한걸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 후의 연애들도 '사랑해'라는 말을 필수적으로 여겼고, 주변 지인들에게 털어놓아도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니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봐서 그래."하는 대답 뿐 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마음의 온도는 미적지근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닌, 그저 자연스럽고 잔잔한 것이 저에게 있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이런 저의 생각이나 의견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봐서 그래."라는 말에 묵살되었습니다. 정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봐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저에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애정을 주던 사람들이나 저를 짝사랑하던 사람들도 열리지 않는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지쳤을 겁니다. 저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유지가 어려워 바로바로 정리를 하곤 하지만, 한 때 제게 사랑을 말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또 다른 사랑을 하는 모습에 회의감이 듭니다.
연애가 아니어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지내려면 어느정도 맞춰가야하는 것도 알고있지만 연애에서만, 이성에게만 이럽니다. 오히려 친구관계에서는 남녀불문하고 잘 지내려 하는 편이죠. 사실 친구관계도 서로 가치관이 다르거나 의견이 맞지 않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남남이 될 수 있는건데 유독 사랑에만, 연애에만 이러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의 과거에 지독한 짝사랑을 했을 때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던 모습, 너무 어설프고 끝도 흐지부지해서 자꾸만 마음에 남는 첫 연애, 그 곳에서 오는 자기혐오일까요? 아니면 자기연민일까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고 짝사랑을 했을 때의 제 모습이 바보같게 느껴집니다. 너무 휘둘렸다고 생각하고, 쓸데없이 너무 마음아파했다고도 생각해요. 그 뒤에 했던 첫 연애도 바보같은 제가 싫어서 벽을 치고 적정거리를 유지하다 후회만 잔뜩 남아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기억이 좋지 못한 것 같기도 해요.
생각나는대로 복잡한 심정을 적다보니 글이 좀 두서가 없어졌네요ㅠㅠ 아무튼 이런 마음을 좀 고치고는 싶어요. 지금 이 상태에 만족스럽다가도 내가 너무 주관이 강한가, 싶은 생각도 들어서 복잡하네요ㅠㅠ
--------
‘사랑’에 대한 태도는 분명 ‘가치관’입니다. 연인 간의 사랑을 내가 어떻게 규정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랑을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하느냐는 결국, 내가 ‘사랑’에 대하여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내가 지닌 사랑 외 다른 가치관을 평가하는 기준이 오로지 ‘나’이여야만 하는 것처럼, 사랑에 관한 나의 가치관 역시 결국 ‘나’에 의해서만 평가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타인이 아무리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 봐서 그래.”라고 이야기해도 그냥 무시하셔도 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사랑에 관한 가치관이, 내가 경험했던 과거의 특정 사건이 원인이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난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그런 가치관을 가지게 됐으며, 사실 그 가치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도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때부터 이 가치관은 노력해서라도 극복하셔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메일에 적어주신 이런 이야기만 들은, 사연 주신 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사연 주신 분을 무척이나 냉소적이고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이 분명한,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연 주신 분은 그런 분은 아닙니다. 사연 주신 분은 본인을 “저의 마음의 온도는 미적지근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표현하셨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게 사연 주신 분을 위로해보려고 드리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음 온도가 미적지근한 분은 “오히려 친구 관계에서는 남녀불문하고 잘 지내려 하는 편이죠.”라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구 관계에서 그렇게 행동하신다는 것은 처음부터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연인 관계에만 유독 차가워진 이유는, 사연 주신 분이 이미 사연에서 언급하셨습니다. “저의 과거에 지독한 짝사랑을 했을 때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던 모습, 너무 어설프고 끝도 흐지부지해서 자꾸만 마음에 남는 첫 연애.” “한때 제게 사랑을 말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또 다른 사랑을 하는 모습에 회의감이 듭니다.”
그렇다면 사연 주신 분은 애초에 사랑표현에 인색한 분일까요? 아니면 자신은 사랑표현에 인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분일까요? 또는, 원래부터 사랑을 믿지 못하셨던 걸까요? 아니면 언제부턴가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신 걸까요?
그러니 결국 해답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이미 “아무튼 이런 마음을 좀 고치고는 싶어요. 연애에서는 조금 고칠 필요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라고 생각하고 계시니까요. 이제 해야 할 일은 단지, 연인을 향해 미리 철벽처럼 쳐둔 가시를 걷고 내 성벽의 문을 나 스스로 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상처받더라도 두려워하거나 너무 심하게 아파하지 말고, 그저 모든 사람이 ‘연애’라는 과정을 통해 하게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 정도입니다. 이 변화는 스르로 만드셔야 합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요. ㅠㅠ
다만 그럼에도 “저는 사랑이라는 것을 하면서 저를 잃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바꾸거나 고쳐나가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더 크게 생각해보면 반감까지 듭니다. 제 주변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로써 온전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사람들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무너진다거나, 아주 사소한 것이 큰 싸움이 된다거나, 헤어짐을 이야기해도 반성하거나 혹은 자존심 다 깎아가며 붙잡는 모습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라고 하신 말씀에는 박수를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지켜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사랑에 종속되는 모습’과 ‘사랑에 적극적인 태도’는 결코 같은 말이 아니거든요. 종속되는 이런 모습 없이도 얼마든지 예쁘고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런 모습이 없어야 더 예쁘고 건강한 사랑입니다.
사랑은 둘이 만나 서는 것이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가장 독립적이고 주체적일 때, 그 사랑 역시 오래도록 빛이 날 수 있습니다. 사연 주신 분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합니다.~ ^^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이나 유튜브 방송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을 일부 창작한 후 익명으로 진행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주시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후불이며,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