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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님 안녕하세요. 남편의 외도와 이어지는 가정불화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남편은 이제 제가 이혼 도장만 찍어주길 기다리며 이미 모든 역할을 접었습니다. 저도 이제 더이상 남편과 남은 긴 인생을 함께할 수 없단 것과 아이는 제가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머리와 가슴이 거리가 너무 먼지 .. 가정을 지키고 있어야 다시 아이에게 나에게 남편을 찾아줄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혼자 돈을벌어 아이를 홀홀단신으로 책임진다는 부담..일하러 나간사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아이..아이가 친구들과 우리집은 다르구나하며 느낄 씁쓸함..이혼녀라는 시선..사람들에게 껍데기로나마 평범해보이고 싶은 마음.. 울타리없이 아이와 둘이 세상에 버려지는 기분..나는 정말 저 아이를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내가 뭘그리 잘못했을까..나만 뭐가 그리 부족했을까..왜 나만..내가 어떤걸 하지않았더라면.. 나를 더 내려놔야했을까...나를 벌레 보듯하는 남편에게 힘들지하며 오히려 웃어만줘야 했나..화가나도 난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억울함을 토로하지 말았어야했나...껍데기라도 붙들고 나도 가정있고 남편있어해야 달래질 불안감.. 이런 생각들로 다시 결정을 미루고 회피합니다..비겁하게 용기내지 못하고 둘러대는 핑계일지..가정을 어떻게든 지켜보겠다는 우둔함인지..
치아님..세상에 저보다 더 힘든일을 겪은 분들도 많을텐데..왜 저만 이렇게 힘든거같고 지칠까요.. 어떤게 현명하고 후회하지 않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냥 다 놔두고 도망가고싶고 사라지고 싶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이러다 미쳐버리거나 아이에게 험한짓이라도 하는건 아닐지 겁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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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더 힘든 일을 겪은 분들도 많을 텐데”라고 하셨지만, ’이혼‘은 개인사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지금 그렇게 갈등하고 계시는 것도, 고민이 깊으신 것도, 마음이 괴로우신 것도, 모두 너무도 당연한 감정입니다. 절대 내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감정을 폄하하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아프고 힘든 감정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생활 속에서 굳건하게 서 계신다는 것은, 사연 주신 분이 누구보다 ’강한‘ 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내주신 아픈 사연을 읽으면서 문득 작년에 상담했던, 부모로부터 학대받던 한 청소년 내담자가 생각났습니다. 민지(가명입니다)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학대를 친부모로부터 받아오던 상황이었고, 마음은 당장이라도 가출해서 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었죠. 무서웠거든요. 가출한 또래 여자아이들이 성매매로 빠지는 것도 무서웠고, 그렇게 시작하는 자기 삶의 미래가 너무도 불투명했으니까요.
민지에게 제가 제일 먼저 해주었던 이야기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지금의 생활을 견디고 참아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혼자 만들어갈 미래가 두렵다면, 현실을 인내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니까요. 민지의 대답은 확고했습니다. “아니요. 더는 참을 수 없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그렇게 ‘방향’이 확실해지면 이후의 고민은 차라리 쉽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무섭습니다. 내가 용기가 부족해서도,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죠. 모두에게 그 길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음 굳게 먹고 일단 발을 내디디고 나면 생각보다 그렇게 험하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롤러코스터도 타기 전에는 무섭지만, 막상 내달리기 시작하면 오히려 즐기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민지는 결국 집을 나왔고, 여전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지만, 적어도 이젠 행복이라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고 제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 무서운 감정이 그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려운 것뿐이고 그 감정은 모두에게 같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나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행동에도 영향을 주니까요. 마음이 가난하면 행동도 가난해집니다. 반대로 마음이 단단하면 행동도 단단해집니다.
두 단계를 밟아 고민하시길 부탁드릴게요. 첫째. 나는 정말 현재의 이 상황에 머물 수 없는 걸까? 둘째. 머물 수 없다면 이후 내가 만들어갈 인생의 계획표는 다음과 같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롤러코스터는 타기 전이 가장 무섭지, 타고나면 정말 별거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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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