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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치아님, 오늘은 아내의 우울증 문제로 상담드리고 싶습니다. 아내가 요즘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합니다. 체력도 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줄도 모르고, 한없이 우울한 모습만 보이는데 지켜보는 저도 힘이 드네요.

 

그동안 제가 근교로 드라이브나 쇼핑도 데려가고, 수목원 같은데 가서 힐링도 시켜주고, 펜션 같은 데로 여행도 가고 기운 나게 해주려고 노력 많이 했거든요. 문제는 그때뿐이지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너무 힘들어해요. 직장 일로도 스트레스 받는 것 같지만, 결혼하면서 친정과 먼 곳으로 이사와 가족들도 못 만나고, 근처에 친구들도 없어서 본인의 힘듦,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더 우울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제가 취미생활을 가져봐라, 뭔가 배우면서 사람들 사귀면 좋을것 같다. 이런 말을 했는데 자긴 체력이 원래 약하고, 지금 뭔가 활동할 에너지가 없다고만 하면서 뭔가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계속 무기력에 잠겨있는 모습이 너무 답답해요.

 

제가 평소엔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하는 편인데, 문제가 도저히 해결되지는 않고 아내는 갈수록 우울해하고 힘들어하기만 하니까 한번은 제가 팩폭을 한적이 있거든요. 힘든거 알겠다. 근데 상황이 나아지려면 뭔가 해봐야 하지 않겠냐. 내가 뭔가 조언을 해줘도 너는 어차피 안될거야 라고만 말하면서 노력해볼 생각도 안하지 않냐. 그럴 때마다 나도 힘들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멘탈이 약해서 그런지 그만하라고 하면서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이때 싸우고나서도 딱히 뭔가 하려고 하진 않아요.

 

제가 이해심이 너무 좁은 걸까요? 제 사고로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는게 당연한건데, 아내는 힘든 상황에 파묻혀 늘 무기력하게 지내고 어차피 안될거야 라는 생각에 잠식되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만 같은 모습이 너무 답답해요. 여자에게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건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공감하고 위로만 해서 상황이 나아지진 않잖아요. 더구나 우울증은 혼자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절대 나을 수 없는 질병 아닌가요?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데 관련된 책을 추천해줘도 거의 읽으려고 하지 않고, 우울증엔 운동이 좋으니까 운동도 해보라고 했는데 아예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우울감이 심해서 이제는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제 힘든 맘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요?.. 앞으로 제가 어떤 얘기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까요? 그리고 아내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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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사연 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있고, 자기의 아픔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데, 사연 주신 분은 “그동안 제가 근교로 드라이브나 쇼핑도 데려가고, 수목원 같은데 가서 힐링도 시켜주고, 펜션 같은 데로 여행도 가고 기운 나게 해주려고 노력 많이했거든요.” 또는 “제가 평소엔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하는 편인데”라고 하신 것처럼, 아내의 상황을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무언가 도움을 주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계시니까요. 아내분은 참 좋은 남편을 만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담사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시는 것 역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내분이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ㅠㅠ

 

다만,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남편분에게도 이제는 다소 지친 모습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무언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관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자에게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건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공감하고 위로만 해서 상황이 나아지진 않잖아요.”

 

맞습니다. 언제까지 공감과 위로만 해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 남편분이 하실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은 오직 ‘공감과 위로’뿐입니다.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힘든 상황에 파묻혀 늘 무기력하게 지내고 어차피 안될거야 라는 생각에 잠식되어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만 같은 모습이 너무 답답해요.”라고 하신 마음은 백번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의 바탕에는 당연히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적으로 아내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남편분이 조언하고 이끌어주려고 해도 따라오지 않으실 거예요. 아내분 스스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는 말입니다.

 

우울증에 관해 조금 더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혼자 그냥 가만히 있어서는 절대 나을 수 없는 질병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울증은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하기 싫게 만드는 병이기도 합니다. 즉, 곁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몸도 움직이고, 햇빛도 쐬고, 음악도 듣고, 여행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해야 나아질 것 같지만, 정작 당사자는 몸도 움직일 수 없고 밖에 나가기도 싫으며 음악 듣는 것도 싫고, 여행도 하기 싫습니다. 의지가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시면 영원히 아내분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곁에서 공감해주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꼭 해주고 싶다면, 우선은 아내분의 물리적인 상황에 변화가 올 수 있게 하여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뜻 우울증은 그저 뇌가 경험하는 이상 반응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래서 많은 분이 우울증이 의지로 극복될 수 있다고 오해하십니다), 우울증의 대부분은 분명한 원인으로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아내분의 경우는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이네요. 이 원인을 제거해주시는 것이 일차적으로 남편분이 해주실 수 있는 도움입니다. 이차적으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게 잘 이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라도 약물의 도움을 받게 되면 적어도 몸을 움직이고 밖에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용기는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기회가 생겼을 때 비로소 남편분의 가장 큰 역할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내분을 행복하게 해줄 기회 말입니다.

 

남편분의 사랑이 깊어서 아내분이 오래지 않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절대 지치지 않고 아내분 곁을 단단하게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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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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