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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님.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언제나 그렇듯이 물어볼 데가 없어서 치아님께 메일드립니다. 항상 그랬듯이 상담료는 꼭 입금하겠습니다.~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남자와 여자의 대화를 보는데 남자가 그러는 거예요. “남자는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니까.”
뭐 저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해오긴 했는데 오늘은 문득 왠지 저 말이 핑계처럼 들리는 거죠. 성욕이 강하니까 남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거나, 성욕이 약하니까 여자는 성욕을 드러내는 게 비정상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제게는 이 말이 왠지, 사고 쳐놓고 술 핑계를 대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치아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남자가 여자보다 성욕이 강하긴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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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민감한 문제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남자가 여자보다 성욕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이 무언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겠죠.
우리 몸에서 성욕을 느끼게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입니다. 이름은 남성 호르몬이지만 여성에게서도 분비되죠. 남성은 주로 고환에서, 여성은 난소와 부신에서 생성됩니다. 남성이 성욕이 없다고 병원을 찾아가면 제일 먼저 검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남성 호르몬의 수치입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자신의 의지나 상황과 무관하게 성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하게 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여성분 중에는 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경우가 꽤 많습니다. 많은 여성이 배란기를 전후하여 강한 성욕을 경험하는 이유도, 배란기를 전후하여 난소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몸에 털이 많고, 근육량이 많은 여성이 좀 더 성욕이 강한 것 역시 남성 호르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 성장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서 급격하게 남녀의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남성 호르몬 분비의 차이는 근육량의 차이, 힘의 차이, 이차 성징의 차이 등을 만들죠. 예전 한 TED 강연에서 여성 과학자가 자기 경험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의학적인 이유로 일정 기간 남성 호르몬을 투여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기간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성욕을 경험했다고 말입니다. 지나가는 모르는 남자를 덮치고 싶다고 생각한 난감한 성욕을 경험하고 나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 직업이 의사인데, 이성의 생식기를 마사지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면 성적 흥분을 경험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남녀 답변의 주류가 상반되게 나온 것 역시 남성과 여성의 성욕 차이를 말해줍니다. 물론 이 답변에, 살아온 문화와 가치관, 가정환경 등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변수를 고려해도 그 격차가 너무나 컸습니다. 그래서 이 역시 남성과 여성의 성욕 차이를 말하는 근거로 활용되곤 하죠.
하지만 그러한 남녀 성욕의 차이가, 남성의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변호하는 원인으로 활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성욕을 경험하는 것과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니까요. 반대로, 성욕의 격차가 성행위에서 여성의 수동적인 사고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강요하는 이유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굳이 ‘성욕’이 아니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불평등이나 불공정, 강요나 압박의 도구로 활용된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배척하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차이는 인정하되 그것을 능력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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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