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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꼭 해야 하나요?

상담사 치아 2021. 12. 23. 09:13

 
 
저는 아직 여자 경험은 없습니다. 직장은 있지만.. 사실 조건적인 측면도 많이 부족하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좀 긴가민가한 게 있습니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이전에는 남에게 설교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듣는 것의 매력도 알게 돼서 듣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는 있습니다만.. 이상하게 여자랑 대화하는 것까진 좋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궁금한 건 많은데 괜히 더 사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소개팅 주선이 들어왔을 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그 여자분 스펙이 저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측면에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럴려면 저 자신을 연기하거나 훈련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내가 뭐하러 이런 귀찮은 것들을 해야하나.. 고작 여자한테 잘보이려고 이런저런 것들을 해야하나.. 싶어지는 귀차니즘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설사 어거지로 저쪽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줬다고 하더라도 제가 받을 수 있는 것이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설사 잘돼도 운명으로 엮이게 될 거란 생각을 하니 더더욱 싫어지더군요.. 설사 마음이 잘맞는 사람이라 가정해도 앞으로 생기게 될 좌충우돌이 무척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이것도 전개가 좋게 흘러갔을 때의 얘기지.. 소개팅 1번만 하고 차여버렸을 경우엔 마상이 매우 심하게 남기도 합니다. 누구는 쿨하게 인연이 아니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 만나면 그만 아니냐곤 하지만.. 자존심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이런 부분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 지점을 너무 잘알고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저주나 퍼붓게 될 결론을 생각하자니 뭐하러 적을 만드는 짓거리를 해야하나 싶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과연 마상을 당하더라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일까?라고 말이죠.. 대부분은 그렇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까였을 때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둘이 함께할 때 이렇게 답답한데 어째서 반려자를 만나서 같이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죠.. 이쯤 되면 제가 철저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졌다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겠죠.. 결국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집니다. 하지만 또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씩 결혼하는 걸 보면.. 쟤들은 대체 이걸 어떻게 견뎠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인 것처럼 보여서 저의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외로움은 느끼지만 여자 만날 생각을 하면 여러 허들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도 곧바로 따라옵니다. 연애로 추억을 만드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뭔가 더 잘보여야 하고. 잘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게 잘못됐다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도저히 그 뒤가 보이질 않네요..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음 한 켠에는 소통이 정말 잘되는 반려자를 만났으면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저도 뭘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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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은 ‘사랑’의 본질에 관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사랑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걸까, 꼭 해야 하나? 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 거지?’ 같은 다양한 질문이 이어질 수 있겠죠.
 
저는 사랑을 한 단어로 규정합니다. ‘경험’이라고 말입니다.
 
어느 삽화에서 사랑을 “크게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덜컥덜컥 구르며 세상을 다니다가, 만나는 조각 하나하나를 몸에 끼워본다.”라는 이야기로 표현한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참 멋진 비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내 몸에 맞는 조각’이라는 설정이 ‘조건’을 말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조건이라면 동그라미는 바라보고 맞지 않을 것 같으면 끼워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다른 조각을 찾아 나섰겠죠. 하지만 그 삽화 속 동그라미는 만나는 모든 조각을 몸에 끼워보고 나서야 나의 조각이 아님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 과정 모두 ‘경험’일 뿐이며, 그 동그라미는 실패한 경험에 대해서도 관대한 가치관을 가진 것입니다.
 
사랑은 서로 상대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 때문에 상대가 주인공이 되고 상대 덕분에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거죠. 모든 것이 흑백인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 컬러로 보이는 경험이며, 그 사람만 내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나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버려도 기꺼이 행복한 경험입니다. 그런 ‘경험’을 할지 말지에 관한 결정 권한은 오직 나에게 있으며, 비록 그 행복한 경험 뒤에 따라오는 것이 같은 크기의 절망이라고 하더라도 기꺼이 경험해보겠다는 것이 나의 가치관이라면 그 결정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사랑을 얻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많아 굳이 왜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당연히 이건 사랑하지 않을 명분이 됩니다. 어떤 경험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으니까요. 사랑은 그렇게 각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수행하거나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사랑을 절대 가치로 생각하는 것도, 사랑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간과 감정 낭비로 생각하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그저 내가 가진 ‘경험’에 관한 가치관에 의해서 판단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사랑을 목적이 아닌 단순한 경험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훨씬 접근이 쉬워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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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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