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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치아선생님. 선생님 블로그를 우연히 보고 '이거다'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중년의 돌싱 여성입니다. 이혼의 상처가 커서 한동안 남자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같은 돌싱의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분은 인상도 좋고 회사에서도 평판이 좋았습니다. 사실 처음엔 관심 없었는데, 반복적으로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유독 저에게만 그렇게 대해서 조금씩 제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몇번의 만남에 잠자리를 하였고 저는 그사람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저 혼자만요.....그분은 여생을 함께 보낼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게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좀 안좋아서 헤어지기도 했는데 그분이 먼저 연락하셔서 자신의 연락을 기다렸냐고 물어봐서 기다렸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기분 나쁘겠지만 저랑 잠자리가 너무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사랑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핑계라도 해주니 고맙기까지 하던군요. 그러더니 지금까지 만난 그 짧은 시간만에 이제는 제가 연락을 안하면 일주일이 되도록 연락이 없습니다. 그걸 탓한적은 없습니다. 잔소리 안합니다. 친구들 만나고 혼자 훌쩍 여행도 가면 잘 갔다오라고만 했습니다. 그치만 이제는 제가 만나자고 해야 만나고 제가 연락해야만 연락이 됩니다. 고작 그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죠.
 
저는 몇번 사랑한다고 얘기 했습니다. 그때마다 대답을 안하거나 그냥 "응" 하고 맙니다. 언젠가 술에 취한 그분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를 술친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싫어하지 않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여자친구도 아니고 술친구라고 하니 속이 상합니다. 술친구라면서 관계 갖는 것도 밉기도 하고요. 그말 듣고 엄청 힘들었습니다.
 
남자한테 여자 술친구는 어떤 의미일까요? 저를 술친구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이분께 사랑 받을 수 없는 건가요? 같이 사랑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데 뒤늦게 찾아온 제 사랑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잔소리도 못하고 그냥 끙끙 앓고만 있습니다. 처음과는 다른 태도에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치아선생님. 제가 행복해지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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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찾아온 제 사랑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잔소리도 못하고 그냥 끙끙 앓고만 있습니다.”
 
답장의 시작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정말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 많이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인지하시는 것이 사연 주신 분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결국 그냥 직접적으로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답장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연 주신 분이 지금 경험하고 계신 상황은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 아니라 ‘기만당한 인연’입니다. 왜 ‘짝사랑’도 아닌 ‘기만당한 인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지 지금부터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 수 있지만, 마음은 나이 들지 않습니다. 흔히 ‘마음은 청춘’이라고 하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짜 있는 그대로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나이가 든다고 해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설레고, 잘해주고 싶고, 못 보면 보고 싶고, 걱정되고, 목소리가 듣고 싶죠. 그게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첫 만남 이후로 ‘그분’이 보여주신 태도를 가만히 되짚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 짧은 시간’ 만에 사랑이 식은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어느 한 가지 목적을 위하여 자기 말과 행동을 사랑으로 포장한 걸까요? 우물 안에서만 살던 물고기는 그 우물의 크기와 형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우물 밖 물고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너무도 명확하게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분은 사연 주신 분을 사랑한 게 아니라 ‘섹스’라는 특정 목적으로 사연 주신 분을 ‘활용’한 것입니다.
 
남자한테 여자 술친구는 있는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함께 술 마시면 즐겁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고 감정도 공유하면서 행복한, 그야말로 ‘친구’인데 그저 ‘이성’일 뿐이죠. 대개의 남성이 상대 여성과의 관계를 ‘술친구’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 친구잖아. 나는 그게 좋아. 친구로 오랫동안 곁에 남아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분이 사용하는 ‘술친구’의 의미는 그것과는 달라 보입니다. 그분이 사용하는 ‘술친구’의 의미는 사연 주신 분이 자신에게 집착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도록 밀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이때의 ‘술친구’는 정확하게 이런 뜻입니다. “괜히 달라붙지 마. 난 그저 너랑 섹스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앞으로도 내가 섹스하고 싶을 때 넌 나랑 같이 잠자리하면 돼. 우리 사이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부담스러워.”
 
너무 직설적인 표현으로 사연 주신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건 아닌가 싶어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연 주신 분께서 이 관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어떤 대응을 하더라도 그 실체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른 채 기만당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니까요. 마음 상하셨다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ㅠㅠ
 
“저는 이분께 사랑받을 수 없는 건가요? 제가 행복해지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저에게 주신 위의 저 두 질문을 이제 오히려 제가 사연 주신 분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래도 계속 그분의 사랑을 원하실 건가요? 소중한 ‘내’가 왜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그래야 하는지 저는 정말 안타깝고, 솔직히 안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사연 주신 분께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홀로서기’입니다. 남자도 만나지 말고 혼자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나도 사랑하고 상대도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주체적으로 건강하게 사랑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상황을 서정윤 시인은 “사랑은 둘이 만나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나를 아끼는 사람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다니며, ‘이가 빠진 자기 몸’에 맞는 조각을 찾는 톱니바퀴처럼, 그런 소중한 인연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나 하나하나 맞춰본 결과로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그렇게 앞으로도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조각’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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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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