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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부터 선생님께 메일을 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제 고민이 꽤나 깊어진 모양입니다. 이전에도 다른 부분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던지라 고민의 늪에서 꽤나 오랜시간 허우적댈때 늘 생각이 납니다, 다만 혹 너무 잦은 상담은 선생님께 결례가 될 것 같아 자제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두번째 메일을 보내게 되었네요.. 하하 ^^; 여유있으실 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외모도 번듯하고, 성격이 모나지않았으며 예민한 저와는 다르게 무던하고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제게는 참 필요한 사람입니다. 통제성과 계획성이 강한 저와는 다르게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 이를테면 먹을거, 여행가는거, 등등 사소한것부터 큰것까지 많은 부분에서 저를 따라와주었습니다. 이랬기때문에 그 동안 크게 싸운 일이 없었구요. 하지만 때때로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불만이 되기도 하더군요.
 
데이트할 때 '오늘은 어딜가보자! 내가 운전을 해볼게!' 라는 모습이 없고 보통 제가 데이트 행선지를 정하고 제가 운전을 하여 외곽을 데려간 적이 참 많았습니다 (평소 제 주관이 너무도 뚜렷하다보니 남자친구는 제게 온전히 맡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운전을 좋아하지만 내심 데려다주고 데릴러오는 친구들의 남자친구를 보며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며 이런 부분으로 작년에 크게 권태기가 왔던 적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그 기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자친구가 저에 대해 나날이 깊어가는 변치않는 마음과, 저 또한 함께 있으면 너무나도 편하고 사랑하는 마음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위와 같은 불만들로 하여금..제가 폭주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ㅠㅠ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위와 같은 성격 때문에 제가 폭발한 사건이 있었고, 결국 저는 그간 쌓여왔던 이런 부분 때문에 이별을 생각해보자고까지 말한 상태입니다 남자친구는 제발 그런이야기 하지말아달라며 눈물을 보이더라구요..
 
선생님, 제가 너무 피곤한 성격이고 급한가요? 저의 마음은 온전히 채워주는 남자친구이지만 이런 진취적이지 못하고 온실속 화초같은 남자친구와 나중에 결혼을 하면, 저의 로망은 전혀 채워주지 못할게 보이니 막막하고.. 이게 맞나 싶습니다.
 
저도 제가 말하지않으면 남자친구가 모를거란 생각에 참 많이 말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이미 자존심과 로망은 많이 사라졌죠..하하 혹시 저희같은 커플은 어떻게 지내가는게 가장 좋을까요? 이번생에 제 로망(깜짝 서프라이즈와 같은)을 이 남자와 이루기는 글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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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잦은 상담은 선생님께 결례가 될 것 같아 자제했는데”
 
결례라니요. 내담자분들의 사연을 받는 게 제 직업인 걸요. ^^ 단순히 직업이어서가 아니라 사실 저는 다른 분의 이야기 듣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런 직업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필요할 때는 마음 가볍게 메일 보내주세요.~ ^^
 
사연을 읽고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요즘 다섯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임시로 정한 제목이 ‘주체적 연애’이거든요. 그 책에 나오는 내용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을 현실에서 만나 뵙게 되니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 먼저 책 ‘주체적 연애’에 등장하는 내용을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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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이 프로포즈는 남성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먼저 여친의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려고 다가서죠. 반지도 대부분 남자가 사서 여자에게 줍니다. 이벤트 잘하는 남자가 멋진 남자고, 결혼기념일도 남편이 기억해서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낭만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죠.
 
왜일까요? 왜 여자는 그렇게 수동적이어야 하는 건가요? 왜 그게 로맨틱한 거죠? 정말 그게 로맨틱한 거 맞나요?
 
생활 속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지려면 남녀는 모든 면에서 둘 다 모두 단지 ‘인간’이어야 합니다.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인 ‘인간’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남성에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리면 남성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자들은 항상 남자에게 받으려고만 하면서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평등을 주장해.”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데이트 신청하고, 내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며, 먼저 선물하고, 내가 여행 계획을 짜서 남친을 놀라게 해주는 것. 섹스하고 싶으면 싶다고 말하고, 호텔도 콘돔도 내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혼 후에도 남자가 먼저 나서서 설거지하고, 올리브 영에 여친 손을 끌고 들어가며, 아내의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차분히 들어줄 줄 아는 습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알려주고 보여주면 따라 하고 표현할 줄 알게 되거든요. 앞으로는 우리 ‘남자’ ‘여자’ 말고, 내키는 사람이, 하고 싶은 사람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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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과 사연 주신 분의 모습이 많이 닮지 않았나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친분의 좀 더 적극적인 모습만을 수동적으로 기대하기보다는, 지금처럼 내가 먼저 해주면서 솔선수범으로 보여주고, 필요한 것을 자꾸 말해서 나중에는 스스로 깨닫고 먼저 실천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가 먼저 준비하고 깜짝 써프라이즈하는 것을 내가 왜 ‘로망’이라고 생각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내가 그것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주변이나 영상매체 등에서 그런 게 아름다운 거라고 포장해서 세뇌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A라는 성격을 지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뿐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내가 그 성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전략을 세우던가, 정말 인정할 수 없다면 헤어지든가.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에 ”그의 A 성격을 내가 바라는 B 성격으로 바꾼다. “는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랑을 위해서는 애초부터 그런 건 있어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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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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