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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던 연인을 다시 만났습니다.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다가요.
 
저는 그와 만나면서 늘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징징대거나 선을 넘으면 언제든 그가 다시 떠날 거라는 생각때문에요. 그래서 사랑하고 보고 싶다는 표현도 적당히 합니다. 만난 다음날에 또 보고 싶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가정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달이 다 되어가는 데도 만나자는 얘기가 없어서 그에게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힘들어 하는 얘기가 듣기 싫었다네요. 안 그래도 회사 일로 머리가 아팠다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게 이유가 될까요? 제가 그를 제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든 건가요? 만약 부부사이였다면 답답하고 화가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이니 기꺼이 들어주려고 노력했을 것 같은데 저는 단지 내연녀라서 즐겁기만 해야 하는 만남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만남을 잠시 잊은 걸까요? 그 부분이 걸립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얘기가 피곤할 때가 있다는 걸 알기에 다 얘기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얘기 안 한 부분도 있었는데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절 오래 만났기에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가 그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이 관계 말 안 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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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께서 제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실지 걱정이 되지만, 제가 어떤 이야기를 드리더라도 결국 상황을 파악하거나 관계를 규정하는 건 사연 주신 분의 자유의지이니 그저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들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결혼 후 서로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결혼 전에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는, 제가 종종 받는 사연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현재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해서, 또는 현재의 배우자에게 만족하더라도, 그렇게 다시 만난 시간을 새삼 행복해하시는 걸 보면, 한 번이라도 깊이 사랑했던 사람 사이의 인연은 절대 가볍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오랜 시간 유사한 사연을 접하다 보니, 때로는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나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 속 남녀의 모습처럼 예쁘기만 한 모습은 아닌 사연도 접하게 되어, 종종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ㅠㅠ
 
오래 사귀다 헤어진 연인은 각자 자기 가슴 속에, 연인의 모습을 담아두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희미하건 진하건 간에 함께 한 시간만큼 쉽게 지워지진 않겠죠. 다만 그 모습은 ‘연애 시절에 함께했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힘들거나 다투었던 기억은 시간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예쁘고 고마웠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강렬하게 자리 잡으면서, 기억 속의 그 모습은 그야말로 ‘이상적’으로 다듬어져 기억에 자리 잡습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된 오래된 연인이 서로의 감정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배우자가 있다면 안타깝게도 엄연히 불륜이며,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입니다. ㅠ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의 모습은, 헤어진 후 흐른 시간만큼 상대도 변할 수밖에 없기에, 대개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단지 외모뿐만 아니라 성품 등 모든 것이 그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이미 상대는 변할 대로 변해 어쩌면 속물이 되었을 수도 있음에도, 내가 가슴에 품은 과거 상대의 모습을 기준으로, 지금 보이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미화하면서, 결국 남들에게는 다 보이는 너무도 명확한 모습을, 오로지 나만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만난 다음날에 또 보고 싶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가정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제가 힘들어 하는 얘기가 듣기 싫었다네요. 안 그래도 회사 일로 머리가 아팠다고.”
 
이런 반응은, 상대에게 ‘부인 외 다른 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정을 가진 불륜남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반응입니다.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섹스는 하고 싶지만, 그 여자로 말미암아 자신의 안정된 생활이 망가지는 것은 싫고,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연애는 하고 싶지만, 그녀의 상처나 아픔까지 보듬어 안을 만큼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고 싶진 않은 거죠. 사연만 읽어봐도 누구에게나 보이는 이런 모습이,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ㅠㅠ
 
이런 관계에서 내가 상처받지 않을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나 역시 나만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그를 만나거나, 내게 충만함을 줄 수 없는 상대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거나. 이젠 아프시더라도 ‘이 관계’를 보다 냉정하게 바라보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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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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