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아내가 아이들을 때립니다.

상담사 치아 2018. 4. 17. 10:56




저는 비록 훈육의 목적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절대 매를 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줄 것이고 그 공포라는 감정은 절대 건강하지 않은 거니까요. 그런데 아내는 아이들이 잘못할 때 매를 듭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순간 욱하는 마음에 손을 사용하거나 정도가 심하게 폭력을 쓰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아내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그럼 아이들의 일이 자연스럽게 어른싸움이 되어 버리죠.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해줘야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자꾸 부부싸움이 되어버리니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은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삐뚤어질까봐 걱정하는건 오바일까요? 답변 기다리갰습니다.

-------------------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누구보다 걱정하시는 남편분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아내분의 교육방식에 개입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두고 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남편분의 아이는 곧 아내분의 아이이기도 합니다. 내게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울 거야.’라는 신념이 있다면 아내분에게도 그 신념이 있습니다. 마치 신념조차 없이 그저 감정으로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방식이 나의 신념과 다르기 때문일 뿐입니다.

저희 집 이야기를 잠깐 드려보려고 합니다. 제 아내의 교육철학도 저와 다소 다릅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능한 한 자유롭게 두고,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자극을 주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에 개입하는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초기에는 저도 이 차이가 참 힘들었습니다. 내가 잘 쌓아놓은 모래성을 아내가 무너뜨리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무엇보다 그런 방식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참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척이나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루는 큰 딸아이와 밥을 먹는데 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가끔, 엄마도 아빠 같았다면 내 성적은 바닥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정말 다행인 거죠. ㅎㅎ” 물론 아빠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놀리는 뉘앙스로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그 순간 제게는 ‘내가 지닌 교육철학만이 옳은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신념’이 얼마나 개인적인 자만이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왔습니다. ‘정말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공존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구요.

전 ‘아이를 체벌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교육학자의 주장에 100%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회초리를 드셨던 어머니의 훈육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도 특정 나이까지는 잘못에 대한 대가로 체벌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일을 웃으며 말할 정도로 아이들에게는 그저 지난 경험의 하나가 된 거 같습니다. 아내분의 교육방식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남편분이 채워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균형 있는 교육을 받는 아이가 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며 그렇게 남편에게 ‘인정’받을 때 아내분도 조금 더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되실 겁니다. 

PS.
참, 너무 자주 아이 문제의 갈등이 부부싸움으로 번지곤 한다면, ‘교육철학’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은 종종, 자신의 교육철학을 지적하는 상대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배우자의 교육철학에 대해 느끼는 부분을 서로 건강하게 대화로 풀지 못하고 항상 싸움이 된다면 그것을 지적하는 나의 ‘태도’나 아내가 평소에 나에 대해 지니고 있던 ‘감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상담료는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