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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착하고 경제력도 있고 책임감도 있습니다.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고요. 그런데 단 한 가지. 남편이 술만 마시면 저에게 와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나 몰래 무엇을 잘못했나 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주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별 반응이 없으면 제 머리채를 잡는다던지 몸을 주먹으로 때리는 일들이 몇 번 정도 있었습니다,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그때마다 경찰에 신고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폭력을 경험하고 저는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안되겠다고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로 집을 나와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했습니다 협의이혼이 안되면 소송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남편은 저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자신은 술 마신 후에 저를 때린 일이 진짜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자기는 몰랐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합니다 남편의 그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협의이혼을 위해 남편을 몇 번 만났는데 처음과 달리 마음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술먹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걸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바보같이 저는 남편이 미안하다고 한번 기회를 달라고 빌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불쌍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이제 저에게도 버림받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불쌍한 모습을 보이니 자꾸만 제 마음이 약해집니다
처음에는 이혼 후 제 자유로운 삶을 기대하며 여러 상상을 하며 기대도 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결심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저에게 폭력을 쓴 이상황에선 이혼을 하는 게 맞고 이혼후의 삶이 경제적으로도 저에게 더 이득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남편을 만나면 좋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사랑?집착?미련?이든 아직 감정이 남은 걸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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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변화’는 눈에 보이는 사실로만 판단하셔야 합니다. ‘가능성’은 절대 변화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저는 남편분의 폭력행동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술 먹고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절대 ‘앞으로는 술 먹고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와 같은 뜻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앞으로도 술 먹고 한 폭력은 기억나지 않을 거다.’와 동의어입니다.
이별이나 이혼에 대한 판단에서 종종 상대를 더 고려하는 분이 계십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도대체 왜 타인의 인생을 걱정하시는지요? 내 인생도 아무 걱정이 필요 없을 만큼 행복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혼으로 말미암아 남편분의 인생에서 생길 변화는 남편분이 고민하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정말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절망적이라면 기회를 더 달라는 말을 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남편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할 것입니다. 남편분의 인생은 그때 더 고민하고 지금 나는 내 인생만 고민하면 됩니다.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며 어떤 변화가 나를 행복하게 할지 말입니다. 환상에서 깨어나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나는 남의 인생을 대신 고민해줄 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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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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