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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치아님. 저희는 섹스리스 부부입니다. 저희는 성격이 서로 참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상대에게 매력을 느껴 결혼하게 됐죠. 그런데 너무 많이 부딪히고 대화도 통하지 않는 것만 같아 답답합니다. 남녀의 생각차이인건지 남녀의 대화법때문에 싸우는건지 이젠 정말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겟어요 이야기 하다보면 감정이 상해 저도 반박하게 되고 자꾸 논점을 흐린다 하고...
섹스리스에 관한건 이렇게 대화하다보니 느끼지만 제가 참 많은 신뢰를 잃엇나봅니다. 물론 일 때문에 힘들어서 남편이 하자고 하는 걸 종종 거부했던건 인정하지만 그게 이혼까지 할 일인가요? 이젠 정말 못살겟다하네요. 부부싸움 하다보면 항상 제가 섹스를 거부한다고 화를 내는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되어도 그걸로 가는 것 같아요. ㅠㅠ
저희부부의 문제는 무엇인지, 제 3의 입장에서 저희 대화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냉정하게 꼬집어 주시길 부탁드려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의뢰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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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사연 속의 모습, 즉, ‘서로 나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상대는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정말 많은 부부가 힘들어 하고 계신 주제입니다. 그러므로 이건 두 분이 서로 맞지 않는 성격을 지녀서라기보다는 그저 많은 부부가 경험하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강하게 경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이 문제로 남편분에대한 편견이 생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남편분이 ‘형편없는 남편’이라서가 아니라 ‘부부’라는 제도와 먹고 살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사회생활이 두 분을 더 그렇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분의 문제는 꽤 명확해 보이고 해결방법도 무척 단순합니다. 남편분은 지금 식사시간을 놓쳐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남자입니다. 식욕이 적은 분들은 잘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식욕이 큰 분들은 배가 고프면 극도로 예민해지곤 합니다. 많은 남자에게 섹스는 식욕이 큰 사람이 배고픈 상황에서의 음식과도 같습니다. 문득 예전에 어떤 강연에서 여성강사분이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아내분들 명심하세요. 남자는 세 가지만 충족시켜주면 영원히 내편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제 때 밥을 먹이고, 자주 섹스하고, 틈만 나면 칭찬하는 것입니다. 작정하고 하면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에요. 까짓것 눈 질끈 감고 해주면 그만입니다. 이 세 가지만 해주면 남편은 영원히 내 팬클럽 회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 남편을 포기하지 마세요.” 100% 공감합니다. 그만큼 많은 남자들은 단순합니다.
왜 두 분이 싸우는지, 우리 부부 사이의 근본에 어떤 불협화음이 있는지, 과연 우린 평생 행복한 부부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너무 복잡하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배고프지 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뜻밖에 순한 양 같은 남편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문제는 나에게 성욕이 없다는 것이겠죠.
책 ‘관계수업’ 326페이지의 섹스리스 편을 읽어보시고 290페이지의 남성애무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구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형서점에 가시면 그 부분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남편만을 위해 ‘해주는’ 섹스가 아니라 ‘나도 즐기는’ 섹스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건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오래 할 수 없으니까요. 남편과의 섹스가 행복해지면 나도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고, 그 때부터 나를 좋아하는 남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지실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해?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하나?”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부부관계는, 성격이 맞는 사람들이 만나야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편과 부인 두 분의 작은 노력이 만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한 분은 무조건 그 선순환의 ‘시작’을 먼저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