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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타는 남친이 힘듭니다

상담사 치아 2020. 7. 13. 11:52

 

남친은 참 좋은 남자입니다. 남친과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게 되는데, 그렇게 반나절을 훌쩍 넘길 때도 있습니다. 만난 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미주알고주알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선물도 자주 하며, 기념일도 어김없이 챙기는 정말 자상한 남친입니다. 심지어 대기업에 근무하기에 경제적인 믿음도 있어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잠수를 탄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일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안에 문제가 터지면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니 당연히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욕을 먹고, 그렇게 회사를 여러 군데 옮겨다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능력이 뛰어나니 재입사는 어렵지 않게 하더군요.

 

정말 문제는 연애할 때도 그렇다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런 일로 잠수를 탈 때는 저와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나타나고 싶을 때 나타나는데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건 다 참 착한 남자인데, 유독 이 일만은 미안해하지 않더군요. 나와 다투었을 때도 그렇고요. 저는 솔직히 저에게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부탁했고, 이 일로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그러는 나에게 지친다고 하네요.

 

저는, 서로 잘 소통해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방법이 좋은데, 이게 불가능해 보이니 정말 헤어져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고마웠던 거 행복했던 거 생각하면 내가 이만한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이대로 헤어진다면 평생 후회와 미련에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와주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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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이 계십니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거나, 심지어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무언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회피하는 분들 말입니다. 다양한 경험에서 온 트라우마의 영향일 수도 있고, 원래부터 마주쳐 극복해내는 용기가 다소 부족한, 그런 성격을 지닌 분일 수도 있죠.

 

문제는, 이런 성향은 스스로 만들어 낸, 자신을 지키는 일종의 자기보호 기제이기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그 과정에서 안도하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자기 충전을 하거든요. 따라서 그분들로부터 그 방식을 빼앗는다는 것은 곧 그분들을 위기에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분을 엘리베이터에 가둬두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그냥 두진 않기에, 설사 잠시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듯 보여도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이 성향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셔야 합니다. 남친이 무언가 노력을 해서 이 상황을 바꾸어 준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시면, 이 문제의 해결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남친은 변할 수 없다. 그러니 그와 함께하려면 내가 그의 이런 성격을 무조건 이해하거나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후의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이 시작되어야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공감하신다면, 지금부터는 남친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셔야 합니다. 나의 속마음을 말입니다. 나는 과연 이런 성향을 지닌 남자와 연애를 이어가고 결혼까지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이 남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기꺼이 안아줄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을 만나서도 내 마음이 편안하려면 나는 그 일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해야 하는 걸까?

 

나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으시게 되면 두 분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아름답게 전개될 것입니다. 연인과의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면 결코 벽을 허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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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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