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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걸 남편이 알게 되어 사죄하고 모든 관계 끊고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최선을 다하며 사는 여성입니다. 문제는 제가 남편도 외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외도한 것에 대한 복수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하기 훨씬 전부터 만나던 여자더군요. 남편은 현재 모든 것을 자백하고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저도 잘못이 있으니 덮고 넘어가야 하는건지, 저렇게 잘못했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하는 남편을 믿어야 하는건지. 너무 바르다라고 생각했는데 뒷통수를 맞은거 같아 정신이 없네요. 저는 마음이 왔다갔다 합니다. 남편이 아직 좋은지 싫은지도 모르겠고 아이들생각하면 온전한 가정으로 있고싶어요. 이혼후 어떤 삶을 살게될지 자신도 없구요.  남편이 저지른일이 자꾸 생각나고 상상이되고 힘이듭니다.

 

나도 잘못한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뭐 묻은게 뭐 묻은거 나무란다더니 자기도 외도하는 주제에 저에게 욕하고 상처받은척 했던게 너무 역겹네요. 원래 인중인격자인지 모르겠지만 .....

 

제 사연이 쌍방 유책이라고 생각 드시나요? 둘이 똑같으니 서로 덮고 사는게 맞는건가요?

왜 전 제가 더 억울한거 같죠? 저와는 비교도 안되는 긴 시간 동안 만난 사이거든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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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인 제게 메일을 보내신 가장 큰 이유가, 마음의 안정보다는 제삼자의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방향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불륜이나 외도로 힘들어하는 부부 중, 결국은 두 분 모두 같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에서 받은 배신감에 대한 복수에서 시작된 분도 있고, 배신당한 외로움을 외도에서 찾는 분도 있으며, 사연 주신 분처럼 애초에 두 분 모두 각자 외도의 길을 걷고 계셨던 분도 있죠.

 

이런 문제에서 ‘쌍방 유책’이나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믿었던 배우자에게 배신당하며 생긴 상처가 ‘나도 배신했다’라는 명제로 지워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가해와 피해는 분명히 서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배우자의 외도가 더 나쁜가에 대한 판단도, 내 마음을 위로하는 정도의 역할에서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실제 두 분의 상황을 치유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더 오래 했고, 누구의 외도가 더 악성이냐’라는 판단은 의도적으로라도 이제 내 머리에서 지우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혼까지 할 생각은 없고,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치유하고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말입니다.

 

‘남편이 저지른 일이 자꾸 생각나고 상상이 되고 힘이 드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믿었던 배우자를 통해 경험하는 배신은, 살면서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일반적인 실망과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무척이나 힘이 드실 것입니다. 다만 만약 ‘극복’을 향한 의지가 있으시다면, 그 힘든 경험을,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의 원동력으로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나도 그랬으니까 참는다’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힘든 걸 보니 그때 남편도 무척이나 힘들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로 만드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지금은 남편이 밉고 꼴도 보기 싫어서 그런 공감도 하기 싫으시겠지만, 시간이 다소 지나고 이 감정의 흐름에도 조금이나마 의연해지실 수 있게 되면, 그때는 의도적으로라도 노력하셔야 합니다. 이혼할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돈 벌어주는 기계로 생각하며 쇼윈도 부부로 사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 감성과 성격에 매일 독약을 붓는 행위와 비슷하거든요. 감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 중에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을 경험하는 분도 있을 정도로요.

 

남편분에게 제안을 하나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에게 준 상처, 지금부터 의도적으로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입니다. 대신 지금부터 남은 인생은 정말 서로에게만, 서로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며 살자는 약속을 하자고. 만약 어느 한 편이 약속을 어기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상대에게 주자고. 이제부터는 오직 아내만을 또 오직 남편만을 바라보는, 남들이 너무도 부러워하는 행복한 부부가 되자고 말입니다.

 

살다 보면, 행복과 불행이 단 한 순간의 결정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먼 훗날 시간이 한참 지나 돌아봤을 때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면, 사연 주신 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게 될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머릿속이 꽤 명확해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상담을 원하는 분은, 사연을 이메일(orichia@nave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답장드린 후 바로 삭제합니다. 포스팅은 개인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내용을 일부 창작한 후 익명으로 진행하며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주시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상담료는 후불이며, 아래 배너를 참고하세요.

 

상담사 치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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